세제개혁안 좌절돼도 섹터 자금 순환에 그칠 것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공화당이 세제개혁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뉴욕증시의 랠리가 붕괴될 것이라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 월가가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를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세금 인하 기대가 제시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장중 다우존스 지수는 세 자릿수의 상승세로 2만3000선에 안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P500 지수 역시 전날까지 46차례에 이르는 신고점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두드러진 주가 상승은 소위 ‘트럼프 랠리’라고 불릴 정도로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배경으로 작용했고, 현행 35%의 법인세를 20%로 떨어뜨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주가를 일정 부분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인프라 투자와 헬스케어 개혁 등 굵직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도 주가가 상승 추이를 지속한 사실을 주목해야 월가는 강조하고 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세제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더라도 증시 전반에 걸친 급락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섹터를 포함해 세금 인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 종목이 ‘팔자’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지만 증시 전반의 상승 에너지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날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천재지변까지 갖은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가 저항력이 대단하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세금 인하가 좌절된다 하더라도 추세적인 주가 하락보다 섹터 간 자금 순환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고 크로스비 전략가는 말했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캐런 카바노프 전략가 역시 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 이후로 워싱턴이 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수 차례에 걸쳐 목격한 투자자들이 세금 인하를 겨냥해 주식을 매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가 상승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과 기업 이익 증가에 따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시장 지표를 통해서 입증됐다. 최근 크레디트 스위스(C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세율이 높은 기업의 주가는 S&P500 지수의 상승률을 앞지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지난달 27일 세제 인하 방안을 발표한 이후 세율이 높은 기업이 S&P500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단기적인 현상일 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와 별도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68%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내년 세금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로 인해 위험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