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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청년들을 위해…연극 '오펀스'

기사입력 : 2017년10월28일 10:00

최종수정 : 2017년10월28일 10:00

[뉴스핌=황수정 기자] 혼술, 혼밥, 혼관, 혼공 등. 세상은 요즘 '나 혼자' 사는 것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혼자됨을 선택하는 것과 원치 않은 이유로 혼자가 된 것은 천지차이. 트렌드가 바뀌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의 작은 손길 하나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격려에 힘입어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 연극 '오펀스'가 국내 처음 무대에 올랐다. 1983년 LA에서 초연 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으며, 1987년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고아 형제 형 '트릿'과 동생 '필립'이 중년 시카고 갱 '해롤드'를 만나 우연히 시작된 동거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채워주며 점차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는다.

형 트릿은 동생 필립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좀도둑질을 한다. 동생 필립은 어린 시절 알레르기 반응으로 죽을 뻔한 후,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트릿에 비해, 필립은 순수함을 간직한 존재. 트릿은 동생의 순수함을 지키고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문맹을 강요하며 과보호 하지만, 호기심 강한 필립은 매일 창밖을 바라보고, TV를 시청하고, 몰래 신문과 책을 보며 스스로 학습한다. 어느날 트릿은 술에 취한 중년 '해롤드'를 집으로 납치한다. 한 몫 챙기려던 트릿에게 해롤드는 일을 제안하고, 함께 살게 되면서 형제들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작품은 1막과 2막으로 구성돼, 형제가 해롤드를 만나기까지와 만난 이후로 나뉜다. 1막에서는 트릿과 필립의 관계, 세상 아래 둘밖에 없는 이들이 얼마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지 보여준다. 2막에서는 해롤드를 통해 변화한 형제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형 트릿은 자제력을 배우기 시작하고, 동생 필립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해롤드는 필립이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이러한 변화는 미장센과 의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초반 낡고 허름했던 집의 가구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바뀌고, 형제들 역시 단정하고 멋진 옷을 입는다. 마요네즈를 제일 좋아했던 필립은 더이상 마요네즈를 먹지 않고, 끈이 풀린 운동화 대신 로퍼를 신는다. 트릿 역시 후드를 벗고 멋진 정장으로 변신한다. 다만 달라진 옷차림만큼, 형제의 관계도 삐걱댄다. 창밖만 바라보던 필립은 해롤드에게 지도를 얻어 점점 세상으로 나가는데, 트릿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자신만 바라보던 동생이 성장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또한 모두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극중 해롤드는 두 형제를 '아들'이라고 부르고, 트릿은 '보스', 필립은 '아저씨'라고 부른다. 알게 모르게 엄마를 그리워 해왔던 형제에게 해롤드는 아빠 같은 존재.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 트릿은 자신에게 엄격한 해롤드가 필립에게 다정할 때 질투하기도 하고,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성질을 참다가 쓰러지기도 한다. 해롤드는 자신의 풍부한 사회 경험과 지식을 두 형제에게 나눠주고, '어깨 주무르기'란 그만의 방식으로 애정과 격려를 전한다. 조금씩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아픔을 위로하며 세 사람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자칫 지루하고 식상하게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틈을 주지 않는다. 배우 김바다는 아무 것도 모르다가 세상을 알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필립을 훌륭히 소화한다. 극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다혈질이지만 책임감이 강한 트릿 역의 배우 장우진 역시 열연으로 깊은 감동을 안긴다. 무엇보다 중년의 해롤드 역의 배우 손병호가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중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각 캐릭터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세 사람의 유려한 호흡이 관객들도 하나가 되게 만든다.

사실 작품은 반전으로 끝난다. 때문에 이들의 만남이 더욱 특별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해롤드는 "모든 청년들은 가끔 힘내라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이를 떠나 결국 이들이 바라던 것은, 작은 손길 하나. 팍팍한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준다면, 우리는 여전히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다. 나 역시도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 '오펀스'는 내달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악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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