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원진 기자] 올해 연말 대목에는 대작 오페라들이 줄을 잇는다.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푸치니의 '라보엠'과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될 또 다른 푸치니의 명작 '투란도트'. 이중 일찌감치 오페라 마니아들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다.
오는 12월 2일 단 하루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특히 세계에서 명성을 날린 최정상 성악가들이 출연해, 고난도 기교의 벨칸토 오페라를 선보인다는 점이 벌써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성악가들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 테너 박지민, 바리톤 김주택이다.
작품에서 루치아 역을 맡은 캐슬린 김(42)은 데뷔 10년 만에 루치아로 고국 무대에 선다. 지난 2007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바르바리나 역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한 후 올 5월까지 11년간 메트 오페라 총 10편에 64회 출연했다. 주역이 정해진 소속 오페라단과 달리 메트는 작품마다 오디션을 통해 주역을 정한다. 동양인으로서 다른 서양 성악가들을 제치고 많은 공연을 한 만큼 캐슬린 김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왜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을까. 지난해 9월 한양대 음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틈틈이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팜비치 오페라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5월 메트 '후궁 탈출', 8월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 '한여름 밤의 꿈' 등에 출연하느라 바빠 국내 관객을 만나기 어려웠다. 지난 10월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질다 역을 통해 데뷔 첫 고국 무대를 펼친 그는 오는 12월 2일 다시 고국 무대를 보여준다. 캐슬린 김이 들려주는 빠른 템보에 상당한 기교를 요구하는 '광란의 아리아'는 어떤 음악일지 기대를 모은다.
테너 박지민은 비극의 주인공 에드가르도 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의 주역으로 발탁됐으며 지난 2011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라보엠'의 주인공 로돌포 역을 소화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기량으로 다수의 메이저 오페라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테너다. 박지민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클래식 매니지먼트 아스코나스 홀트 소속 테너로, 주로 영국과 호주 등에서 활동 중이다.
그가 고국에서 첫 공연을 한 건 불과 한 달 전인 10월 13일. 서울 세종 체임버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대에 오른 클래식 기획공연 '클래식 제너레이션-유머&휴머니티'다. 다음 달 공연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그가 연기할 역할 에드가르도 역은 루치아의 사랑을 받으나 결국은 비극을 맞이하는 캐릭터다. 세계가 인정한 박지민표 에드가르도는 어떤 모습일지 이목이 쏠린다.
바리톤 김주택은 국내에서는 최근 JTBC 크로스오버 4중창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2'에 출연한 것으로 더 유명한 성악가가 아닐까. 방송에 출연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는 그는 출연 이유에 대해 "성악가로서 사명감이 있었다. 방송 출연을 통해 성악을 알리고 대중화에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주택은 오페라의 종주국 이탈리아에서 '줄리안 킴'이란 이름으로 명성을 크게 얻은 인물.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 역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피렌체 극장,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을 비롯해 이탈리아 현지에서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고국에서 처음 공연을 한 건 지난 2010년 '광복 65주년 기념음악회'. 이후 2011년 국립오페라단 '시몬 보카네그라'의 파올로, 5월 '사랑의 묘약'의 벨코레, 12월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8번에 출연했다. 지난해 남미 페루에서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엔리코 역을 맡은 바 있는 그는 당시 현지 평론가로부터 "힘과 세기를 겸비한 동양의 샛별"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악가이지만 국내 '오·알·못('오페라를 알지 못하는'의 줄임말)' 관객들에게는 아직 '팬텀싱어2' 수식어가 붙는 김주택. 콘체르탄테 방식으로 공연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멋진 모습 기대해본다.
한편 오는 12월 2일 공연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오페라를 콘서트 형식으로 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사진 출처(아트앤아티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