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상품성 검증된 ETN…다른 상품과 형평성 고려해야"
당국 "변동성 개념, 직관성 떨어져…투자자 보호가 우선"
[뉴스핌=우수연 기자] 변동성ETN 출시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상장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형성 초기부터 변동성 ETN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미 출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연내 상장이 요원해진 상황.
변동성 ETN은 미국 S&P500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VIX선물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시장이 급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면 정방향(VIX) ETN이 수익을 내고, 반대로 시장이 평상 시대로 조용히 흘러가면 역방향(XIV) ETN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는다.
ETN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원 수준으로 글로벌 ETN 거래의 대부분(92%)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변동성ETN 거래는 일평균 2조원 수준으로 미국 시장 ETN 거래의 70% 이상이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상품은 역방향 변동성 ETN인 'VS inverse VIX short-term Futures ET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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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년간 XIV 가치 변화 <자료=신영증권 리서치> |
◆ 업계 "이미 인기·수익 검증된 상품…ETN의 핵심은 다양성"
증권업계에서는 해당 상품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와 수익 측면에서 검증을 받았으며 이미 국내투자자 사이에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6년 개인이 직접 투자한 해외 상장 변동성 ETN 거래규모는 899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또한 이미 국내시장에 선물·옵션을 활용한 다양한 ETN들이 출시돼 있는데 변동성 ETN만 별도의 규제를 받게되면 출시 이후 자칫 상품성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해당 ETN은 레버리지가 없기 때문에 원금 이상의 손실이 날 우려도 없다. 따라서 원금 이상의 손실이 날 수 있는 선물·옵션투자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ETN의 가장 큰 장점이 그동안 기관들만 매매했던 다양한 포지션을 개인들도 손쉽게 취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여기에 ELW 수준의 교육시간이나 기본예탁금 등을 요구한다면 상품 취지에 어긋난다. 시장 다양성 측면에서도 변동성 ETN은 국내시장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변동성 ETN 중에서도 역방향 상품(XIV)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도 가장 거래량이 많은 상품인데다 손실에 대한 위험도 정방향(VIX) 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VIX는 금융위기 등 시장에 충격이 올 경우 크게 '한 방'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상당한 선물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역방향 XIV는 충격이 오면 큰 손해가 날 수 있지만, 시장이 평상시대로만 흘러간다면 반대로 롤오버 비용만큼 매달 일정한 수익이 발생한다.
앞선 관계자는 "안정적인 시장에서 XIV는 롤오버 수익이 더해지면서 인컴형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시장 충격으로 일시적인 큰 손해를 입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다시 가격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당국 "어려운 구조화 상품…투자자 보호가 먼저"
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야금야금 수익률이 하락하는 VIX보다도 한 번의 큰 손해가 날 수 있는 XIV가 더 문제다. XIV가 평소에는 매달 일정한 수익을 주더라도 비상 상황 시에는 손실의 규모 자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변동성 ETN이라는 상품이 여러번의 구조화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이라 직관적 예측이 쉽지 않고, 미국 지수에 대한 변동성 예측은 더욱 어렵다"며 "위기 상황이 왔을 때 큰 손실이 나는 상품이 역방향 XIV인데 자칫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변동성 ETN의 상장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업계에서 고민한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을 전제하면 상장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와 상품성 확보 사이에서 업계의 고민은 깊어졌다. 상장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선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 방안을 업계에서 고민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제도적으로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으며 상품의 성격과 (타 상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업계와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