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형평성 문제있지만, 국민경제상 긍정적 측면 더 많아"
反 "'원샷 탕감' 부작용...도덕적 해이·역선택 복합 가능성"
[뉴스핌=김범준 기자] 정부가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159만여명의 채무원금 약 6조2000억원을 내년 2월부터 탕감하거나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회 각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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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채무자들에게 '버티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학자금을 대출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힌 대학생 이한나(24)씨는 "학업과 스펙 쌓기도 바쁜데, 그동안 뭐하러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열심히 살았나 하는 허탈감이 든다"면서 "나태함은 용서되고 성실함은 비웃음거리가 되는 거꾸로 된 사회가 되는 것 같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형평성' 논란도 따른다. 상환능력이 없는 장기소액연체자이지만 꾸준히 빚을 갚아왔던 경우, 그간 이미 갚은 원금은 돌려받지 못하고 남은 채무 잔액만 탕감받게 되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의 기준을 소득수준에 두느냐 의지와 양심에 두느냐에 따라 '역차별' 시비도 제기된다. 1000만원 보다 많은 빚으로 인해 채무원금 탕감 대상자는 아니지만 그들보다 생계가 더욱 곤란한 사람은 소외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논란도 있다. 둘 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관련한 경제학 이론으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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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감추어진 '행동' 아래 거래가 이루어진 후 정보를 가진 측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현상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보험 가입 이후 화재 예방과 건강 관리 노력을 게을리해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는 경우다.
역선택(adverse selection)은 감추어진 '특성'의 상황에서 정보수준이 낮은 측이 기피하고 싶은 상대방과 거래(불합리한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에서 대출이자율이 상승하면 투자수익률이 높은 리스크가 큰 사업에 투자하려는 차입자들만 몰리면서 채권자의 손실 위험도가 높아지는 경우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원샷 탕감'은 보기엔 좋지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면서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이 결합해 더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기관들은 향후 채무탕감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저신용등급자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게 되고,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사채시장 입장에선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고객들만 많아지는 역선택 현상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대로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경제주체 입장에서 보면,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갚는 게 본인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갚은 것이지 본인 선택에 의한 역선택은 아니다"면서 "채무탕감을 기대하고 일부러 갚지 않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반박했다.
또 "형평성과 역차별 문제 등 부정적인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채무 문제로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의 장애물을 제거해주면, 국민 경제상 전체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등 긍정적 부분이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