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 & Monello 김소정 작가(왼쪽), 장준기 작가 <사진=이형석 기자> |
[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은 업계의 커다란 바람을 일으켰다. 스트리트 문화를 주도하는 슈프림과 만난 루이비통은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 젊은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로 새롭게 거듭났다. 극과 극이 만난 결과물은 상상 그 이상의 힘을 발현한다.
도자공예디자이너와 자동차설계 디자이너가 만나 예술 활동을 펼치는 Luna & Monello(루나 앤 모넬로)는 도자 피규어 작업을 3년 째 이어오고 있다. 플라스틱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도예 피규어. 두 사람의 전공을 제대로 살려 협업한 대표 작품은 팀의 이름과 같은 루나와 모넬로다. 루나는 달, 모넬로는 이탈리아어로 ‘장난꾸러기’라는 뜻이다. 이들의 작품은 ‘프랑스 메종&오브제 박람회’, ‘2015~2016 총결산 워크샵’에 선보여졌다. 최근에는 ‘2017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에서 루나 앤 모넬로가 세워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자인, 공예계 이미 포화상태예요. 그래서 각자의 재능을 접목시켜보면 재미있겠다는 상상해서 루나 앤 모넬로를 결성하게 됐어요. 저희의 페르소나는 루나와 모넬로예요. 둘은 ‘슈퍼 콤비(Super Combi)’라고 부르죠. 루나는 여자, 모넬로는 남자예요. 둘 다 우주인 형상을 하고 있어요. 이 둘은우주를 여행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이에요. 저희가 커가는 과정과 많이 닮았죠.”(김소정, 장준기)
루나와 모넬로의 얼굴은 유광 골드 처리가 되어있다. 눈, 코, 입이 없고 표정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루나와 모넬로도 표정이 생길 때가 있다. 관람자들의 얼굴이 루나와 모넬로의 얼굴에 비칠 때다.
“보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 달라요. 눈, 코, 입이 없어서 너무 철학적이고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죠. 작품 해석은 다양해도 상관없어요. 관람자가 상상을 하며 작품을 봐주길 바라요. 그런 마음이 있어서 루나와 모넬로의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고요. 대신 색으로 루나와 모넬로의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있어요. 화이트가 꿈, 그레이가 영광, 핑크가 러브 이렇게 세 가지 컬러로 이 친구들의 정체성을 만들어주고 있죠.”(장준기)
Luna & Monello는 최근 YG플러스의 캐릭터 아티스트 크렁크(KRUNK)와 콜라보 작업을 펼칠 기회를 가졌다. 크렁크는 가수 이하이의 ‘잇츠오버(It's over)’ 뮤직비디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셀럽 베어다. 최근에는 ‘I can't Bear’ 음원도 발표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팬미팅을 가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크렁크는 아티스트 캐릭터로 다양한 분야에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다. 그중의 하나가 신진 작가들과의 작업이다. 11월27일부터 2018년 1월8일까지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브릭라이브 크리스마스 전시회에서 크렁크 존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전시에 Luna & Monello가 참여 작가 중 한 팀으로 선정됐다. 또, 두 사람의 작품은 지난 5일, 6일에 열린 ‘2017 글로벌 아트콜라보 엑스포’에도 전시됐다. 크렁크와 모넬로가 한 몸이 된 작품을 세상에 공개한 김소정 작가는 크렁크와의 협업에 대해 “윈윈할 수 있어 좋았던 작업”이라고 했다.
Luna & Monello 작품 <사진=YG플러스> |
“협업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캐릭터 크렁크와 루나와 모넬로가 함께할 때 더 큰 힘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루나와 모넬로와 달리 크렁크는 성격이 부여된 캐릭터라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요. 저희 작품을 보면 앞면은 크렁크 뒷면은 모넬로의 얼굴이에요. 마치 자웅동체처럼 한 몸이 되었죠. 전시 한 달 전에 참여 작가로 제안 받았고 일주일동안 장준기 작가와 작품 구상에 열을 올렸어요. 그러다 어느날 장준기 작가가 공을 보고서 영감을 얻었어요. 머리통만 결합시켜보자는 제안을 했죠. 저희에겐 이게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었어요.”(김소정)
장준기 작가도 크렁크와 모넬로의 결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크렁크는 대중화된 아이돌, 모넬로는 크렁크를 빛내줄 수 있는 팬이라고 비유하며 크렁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협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넬로가 돋보여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둘이 하나가 되었을 때 더욱 큰 힘이 있다고 믿었죠. 그래서 크렁크와 모넬로의 결합을 의미하기 위해 ‘We’를 썼어요. 또 크렁크가 뮤지션이고 디제잉을 하기 때문에 디제잉의 느낌이 나는 패턴을 눈에다 그려주었죠. 귀는 일부러 한쪽만 뚫어 소통을 함께하는 의미를 담았어요.”
이번 크렁크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역시 도자기로 만든 피규어다. 이에 작업 과정이 만만찮았다. 슬립캐스팅(몰드 구성, 건조 과정)하고, 가마에 920℃로 15시간에서 20시간 초벌 굽기, 다음날 유약을 칠하고 다시 1250℃~1300℃로 24시간 굽기. 독일제 순금 24k로 크렁크 왕관을 입히고 다시 가마에 구워주기까지. 도자이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일일이 조각을 만들어 붙이는 노력도 불사했다. 하나의 성공한 조각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 10개의 도자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한 크렁크와 모넬로의 결합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크렁크 고유의 푸른색을 만들어내고, 금왕관을 씌우며 가마에 굽는 일은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도예 피규어 제작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두 사람의 열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모넬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 서른 피스가 필요해요. 팔, 다리, 발목 다 성질이 달라서 다른 방법으로 제작 과정을 거쳐야 하죠. 도자기는 흙맛이 있어야 하는데, 저희 작품에서는 그게 크게 드러나지 않다보니 대게 많은 분들이 도자기가 아니라 플라스틱 피규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전통 도예는 아니고 현대 도예 디자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저희가 가져갈 수밖에 없는 핸디캡이라고 생각해요. 루나와 모넬로도 흙, 달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에요. 달의 느낌을 연출하려고 도예로 시작했죠. 그래도 국내에서 슬립캐스팅에 있어서 대형 사이즈로 작업하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장준기)
Luna & Monello는 이번 YG 크렁크와의 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되돌아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도예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경험이 됐어요. 크렁크에 대한 애정도 물론이고, 앞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는 시간이 됐고요. 향후에는 저희의 일상이 담긴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도 선보이고 싶어요.(김소정) 저는 크렁크로 개인 창작물을 만들까 생각중이에요. 그래픽 디자인도 시도하고 있어요. 제 조카도 참 좋아하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으로 만나고 싶습니다.(장준기)”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