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셰일 업체 LNG 및 석유 자산 매입 나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 종주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에너지 자산 인수를 위해 미국을 기웃거리고 있다.
미국 셰일 업계의 공급 확대로 인해 대규모 감산에도 유가 상승이 제한된다며 비판을 날을 세웠던 점을 감안할 때 뜻밖의 행보라는 평가다.
미국 텍사스주 유전 <사진=블룸버그> |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안 오일(아람코)는 미국 휴스톤 소재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업체인 텔루리언과 향후 가스를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갖고 잠정 합의를 이뤘다.
이와 별도로 아람코는 미국의 거대 석유가스 분지인 퍼미안과 이글 포드의 자산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밖에도 아람코는 다수의 미국 기업들과 천연가스 매입을 위한 비공개 협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의 석유가스 자산 매입 움직임이 사우디에 커다란 반전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수 십년간 전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자리매김 한 사우디가 미국 셰일 업계의 부상에 따른 유가 하락에 시달린 데 이어 대규모 석유 자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가 재정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셰일 업계의 독특한 유정 탐사 기술을 앞세워 미국은 석유와 가스 총량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이와 달리 지난 9월 사우디의 원유 공급은 미국 대비 3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실정이다. 과거 미국의 주요 석유 공급원이었던 사우디의 입지가 크게 실추된 셈이다.
콜롬비아 대학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버도프 이사는 WSJ과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상황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셰일 혁명이 시장에 얼마나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아람코는 전세계 곳곳에 석유 정제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석유나 가스를 생산하지는 않고 있다. 사우디의 석유 및 가스 수입도 전례 없는 일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아람코의 자산 다변화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투자 행보는 미국과 사우디의 외교 관계가 개선된 데 따른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미국이 LNG 수출은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자와 앞서 논의한 쟁점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