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의 소통도 가능,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확산
[뉴스핌=전선형 기자] 국내 수입차 업계에 '호칭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기업만의 특성인 서열문화를 없애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아우디폭스바겐 로고.<사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
7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내부적으로 대리·과장 등 기존 직책 대신 이름 바로 뒤에 '님'을 붙여 호칭하는 직급통일화를 논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직급을 없애는 추세인데다, 독일 본사나 직원간 교류 시 서열로 인해 자유로운 소통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기업과 마찬가지로 대리ㆍ과장ㆍ차장ㆍ부장 등 4단계의 직급을 유지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회의에서 논의는 했다”며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척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EQ' 브랜드를 전시했다. <사진=벤츠코리아> |
벤츠코리아의 경우는 직급통일화를 줄곧 고민하다 지난해 8월 도입했다. 그간 사용하던 대리ㆍ과장ㆍ차장ㆍ부장 등 4단계의 직급을 버리고 대신 ‘oo님’ 호칭을 사용키로 한 것이다.
벤츠코리아의 직급통일화 작업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CEO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2015년 벤츠코리아에 부임한 실라키스 CEO는 자동차업계에서 직원은 물론 고객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소통왕’ 통한다.
특히 그는 직원 간뿐만 아니라 CEO와의 소통강화를 위해 월 1~2회정도 CEO와의 커피타임을 진행하고, 본인이 휴가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울 때에는 임직원들에게 집무실을 흔쾌히 내주는 등의 독특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 2008년부터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직급을 모두 없애고 임원을 제외한 모든 사원 직급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수입차 업계 중엔 가장 먼저 시도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아무래도 직급이 있을 때는 타 부서에 연락해서 간단한 문의를 하는 것조차 어려웠다”며 “하지만 매니저로 통일된 후에는 좀 더 편안하게 업무를 볼 수 있고, 직원간 소통 자리도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직급통일화 움직임은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조직문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사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타 산업보다는 상명하복이 중시되는 등 다소 경직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경직된 문화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인공지능 등 점점 능동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아직까지 경직된 업무와 사고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며 “수입차 한국 법인들도 국내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이 채용돼 있어서 그런지 자유로운 글로벌 본사와는 분위기가 다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스갯소리지만, 외국인 CEO나 임원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직급을 외우는 것이라고 한다”며 ”앞으로 직급이 없어지게 되면 직원 뿐만아니라 CEO와의 소통도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