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 업계 '근태관리시스템 개선' 등 준비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효율적 업무환경 구축도 必"
[뉴스핌=양태훈 기자] 주당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 업계가 근무제 도입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저녁이 있는 삶'을 안착시키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지만, 수출산업인 이들 업계에서는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은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근태관리시스템 개선 및 대응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경영지원직군이나 전략기획직군 등의 일반 사무직과 달리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직군 종사자들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기한 내 마감해야할 프로젝트가 많아 주당 52시간 근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업무를 분담하거나 담당인력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중이다.
다만,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직군의 경우에는 이미 4조3교대 근무환경이 각 생산라인에 안착, 주당 근로시간이 50시간을 넘지 않아 별다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R&D 부문의 경우 52시간 근무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행연습 과정에서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
이에 전문가들은 산업환경에 맞춘 탄력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산업은 시장상황에 따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펼쳐야하는 만큼 이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의 본래 취지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한 근로시간이 모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다소 현실가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다수의 생산·기술직군 종사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업무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드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근무시간만을 단축하는 것보다 업무시간내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력을 늘려 업무를 분담하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
반도체 업계 한 연구개발직군 종사자는 "기술직군의 경우 일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R&D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개발에 필요한 장비나 작업용PC(워크스테이션 등)를 이용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할 수 밖에 없어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업무시간내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구조와 일을 분업해 처리하는 업무방식을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양태훈 기자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