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당 6만리알...비즈니스 마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란 화폐 리알이 11일(현지시각)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과 핵 협정이 파기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패닉 매물이 연일 쏟아진 한편 달러화 ‘사자’가 봇물을 이룬 결과다.
리알화 <출처=블룸버그> |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이날 의회 증언에서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투자자와 주요 외신들은 외환위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리알은 1달러 당 6만리알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리알의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알 가치는 지난해 4월 달러 당 4만리알에서 50% 추가 폭락한 셈이다. 환율은 지난 2013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당시 3만6000리알에서 상승세를 지속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추락하는 리알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 당 4만2000리알의 단일 환율제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이날 영국의 가디언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 소재 환전소 가운데 상당수가 영업을 중단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달러화를 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환전소는 리알의 추가 하락을 점치고 달러화 매도를 기피하는 움직임이다.
최근 2주 사이 리알은 달러화에 대해 20%에 달하는 폭락을 기록했다. 미국과 핵 협정 파기와 경제 제재 재시행을 둘러싼 공포에 따른 결과다.
이란 투자자와 기업들은 리알화 표시 자산 가격의 급락에 따른 손실을 헤지하기 위해 달러화 매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에 핵 협정을 수정하지 않으면 내달 이를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핵 협정이 실제로 파기될 경우 이란의 에너지와 금융권에 대한 제재가 부활할 수 있다.
여기에 이날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이란 제재를 언급하면서 리스크가 더욱 고조됐다. 그는 이날 의회 증언에서 “이란에 대해 매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강도의 직간접적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새로운 제재를 의미하는 것인지 앞서 시행됐던 제재의 재도입을 뜻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커피 수입 업자인 이스마일 카제미는 BBC와 인터뷰에서 “속수무책으로 앉은 채 환율이 치솟는 것을 보고 있다”며 “걷잡을 수 없이 뛰는 환율 때문에 비즈니스를 할 수가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는 지난해 대부분 철회됐다. 또 원유를 제외한 이란의 연간 수출액이 400억달러로, 수입액이 500억달러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국제 금융 네트워크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아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국내로 이전시키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리알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이란의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의견이 꼬리를 물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은행과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 자산이 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빈에서 활동 중인 이란 출신의 이코노미스트 비잔 카제푸르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리알의 폭락을 촉발시켰다”며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