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문화재단> |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에서 인형극 '손 없는 색시'를 최초로 선보인다.
인형극 '손 없는 색시'(작 경민선, 연출 조현산/예술무대산 공동제작)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기존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려 쫓겨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 후 갓난아이와 다시 내쫓긴 색시가 우물에 덜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손이 없어졌다 재생되는 기존 서사 구조를, 작가는 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상상으로 비틀어 현대 사회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욕망을 상징하는 손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죽음과도 같다"며, 구조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연히 겪게 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고 삶을 이어가는지에 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또 작가는 "이전의 삶으로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작품에서 상처의 회복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손 없는 색시'에서는 색시의 손이 떨어진 부위가 이미 아물어 손을 붙이려 해도 붙일 수 없다. 대신 노인으로 태어났던 색시의 아이가 손과 합쳐지며 다시 어린 아이로 되돌아간다. 상처가 회복된다는 것은 본래의 상태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와 상처를 기꺼이 인정하고 견뎌낸다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시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를 예술무대산이 인형극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조현산 연출은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장착된 시를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인형의 단 하나의 표정 속에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숱한 감정과 상념을 스스로 상상해야 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는 이야기꾼이자 인형 연기자. 배우들의 몸이 인형이나 오브제로 변했다가, 세트와 소품으로 기능하는 등 무대 위에서 인물과 공간을 창작해나간다.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손'은 색시를 떠나버린 물질적인 손으로, 때로는 전쟁의 상처를 껴안은 땅으로 모습을 바꾸며 등장한다. 여기에 정교한 인형술과 각종 오브제, 도르래를 활용한 무대 구조의 조화로 희곡이 담고 있는 시적이고 상징적인 부분을 환상적으로 구현해낸다.
한편, '손 없는 색시'는 오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28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경민선 작가, 조현산 연출, 이성곤 드라마투르기, 류지연 미술감독과 함께 작품과 연극적 양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 5월 5일에는 1962년 완공된 최초의 현대식 그장인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극장투어'도 준비됐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4일부터 7일까지 공연 관람 시 티켓 1매당 동반인 1일 무료인 1+1 특별 할인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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