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적 있는 일본 여성의 60% 이상이 불이익이 두려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정직원으로 일하는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5%가 업무 중 성희롱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가해자가 사내 인물인 경우 61.3%가 "대응하지 않았고 참았다"고 답했다. 가해자가 사외 인물인 경우엔 67.7%였다.
일본은 1986년 남녀고용기회 균등법 시행으로 직장 내 성희롱도 경영 과제의 하나로 인식돼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후 1999년 개정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되면서 성희롱 방지가 배려의무로 기업에 부과됐으며, 2007년엔 성희롱 대책이 조치의무가 됐다.
하지만 신문은 "직장 내 의식 개혁은 진행되지 않았다"며 "피해 여성의 상당수는 성희롱에 대처하면,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성희롱에 대응하지 않고 참은 여성의 상당수는 "업무 상 불이익(악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참았다고 답했다.
사외 인사에게 성희롱 당한 피해자의 57.8%, 사내에서 당한 피해자의 42.2%가 이 같이 답했다. 신문은 "비지니스적인 측면에서 사내 인사에게 당한 것보다 피해자의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응답은 "상담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사내·외 성희롱 모두 30% 이상이었다.
반면 적극적으로 피해에 대처한 사람들도 있었다. 가해자에게 "직접 항의했다"는 응답은 사내 성희롱의 경우 18.4%로 나타났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는 응답도 사내·외 모두 24%였다. 상담 상대로는 "회사 동료"가 가장 많았다. 사내 성폭행의 49.5%, 사외 성폭행의 42.4%였다. 회사 차원의 대처를 바라고 "회사 상담창구나 담당직원"에게 얘기한 경우도 사내 성폭행의 경우 24.2%였다. 노동국에 상담한 비율은 7.7%였다.
다만 상담을 해도 상황이 개선되거나 해소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그 이후 결과를 물어보자 "개선되거나 해소됐다"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 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시내의 경우 28.6%였다.
한편, 법률에 따르면 성희롱 상담창구 설치는 기업의 의무다. 직장 내 성희롱 대책(복수회답 가능)을 물어보자, "사내에 상담창구가 있다"는 24.8%에 그쳤다. "성희롱 방지를 위한 연수가 있다"는 14.8%, "성희롱 방지를 위한 사내규정이 있다"가 28.4%였다.
여성들에게 성희롱 대책을 위해 필요한 것을 묻자 "사회 전반적으로 남성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가 45.5%로 가장 많은 응답이었다.
피해 실태에 관해 묻는 자유 서술 문항에는 "'어른인데 이정도는 괜찮잖아'라며 피해자인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말했다"(제조영업·35세) 등의 답변이 있어 성희롱에 대한 남녀 인식 차이도 드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는 정직원으로 일하는 20~50개 여성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4~26일 이뤄졌다. 마이보이스컴을 통한 인터넷 설문조사로, 각 연령대 별로 250명씩 1000명이 답변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