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또 다른 시작' 4차산업혁명시대 맞아 볼만한 전시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면 '인간'이 중심인 사회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앤디 워홀과 백남준까지 관심을 가지고 뛰어든 E.A.T. 이 비영리조직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성에 기술을 확장한 작품 활동으로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술이 발달하는 사회에서 예술과 과학의 협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보여줬다.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는 예술가와 공학자 그리고 산업 사이에 더 나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1966년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로버트 휘트먼, 벨 연구소의 공학자 빌리 클뤼버와 프레드 발트하우어를 주축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포스트 모던 무용의 대표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 등 약 6000명이 넘는 예술가와 공학자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앤디 워홀, 은빛 구름(Sliver Clouds), 1966년, 마일라 풍선, 각 88.90×121.92㎝, 앤디워홀 미술관 소장 |
백남준은 ‘자석 TV’(1965)를 통해 TV에 자석을 대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해 화면에 다양한 색과 형태가 나타나는 추상 패턴이 생기는 기법을 선보였다. 이는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대중매체를 관람객이 완성하는 작품으로 당시 미술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앤디 워홀은 공학자 빌리 클뤼버와 ‘은빛 구름’(1966)을 만들었다. 떠다니는 전구를 상상한 앤디 워홀은 공학자 빌리 크뤼버의 기술적 조언을 받아 가볍지만 공기를 완벽히 밀폐시키는 군용 샌드위치 포장재에 헬륨가스를 넣어 ‘은빛 구름’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유희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권위와 관습을 깬 시도로 평가받는다. ‘은빛 구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켠에 자리 잡았다. 앤디 워홀 뮤지엄에서 제공받은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한 협업체 E.A.T.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에서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도한 작품 33점과 단체의 활동과 작업을 담은 아카이브 100여 점을 소개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E.A.T에 대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사회에서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영향력 또한 있다고 생각한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E.A.T가 결성되던 1960년대는 텔레비전이 상업화되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 기득권층을 향한 반문화운동이 일어나는 등 사회가 급변하던 시기였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1960년대 이후 인간의 삶은 각종 기술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면서 “이번 전시는 기술적 수단을 이해하고 인간적인 숨결을 불어넣는데 예술가들이 선구자로 활동했음을 E.A.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백남준, 자석 TV(Magnet TV), 1965년(1995년 재제작), TV 수상기, 자석, 50x90x12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선 현재의 모습과 기술의 발달로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의 뉴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 등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E.A.T의 활동을 살펴보면, 기술이 인간을 대체될 수 없음을 예측할 수 있다. 박던선 학예연구사는 “1960년대 당시 사람들이 ‘기계 시대의 끝’이라고 말할 정도로 ‘최첨단 기술이 범람하던 시대’다. 지금의 우리처럼 기계에 대한 두려움과 유토피아적 환상이 공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중심으로 하는 협업, 그 협업으로 탄생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절대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음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깨달았다”면서 “미래에 대한 답을 과거에서 찾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전시의 주제를 또 한 번 강조했다.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하고 현재 E.A.T 멤버로 활동 중인 줄리 마틴은 “단순히 아티스트가 기술을 이용한다는 게 아니라 함께 작업하면서 예술인이 가진 기술에 대한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더 많은 가능성, 탐험, 즐거움, 사회참여, 여러 분야에 대해 양쪽 다 얻어가는 상황이었다”고 E.A.T의 활동에 첨언했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은 5월26일부터 9월16일까지 서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