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단장 문정숙으로 연기 변신…27일 개봉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배우 김희애(51)에게 따라오는 수식어는 한결같다. 우아한, 고상한…. 영화 ‘허스토리’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김희애의 모습이 담겼다.
김희애는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허스토리’에서 문정숙을 연기했다. 부산 여행사 사장이자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간 원고 단장. 누구 앞에서든 기죽는 법 없는 당차고 강인한 여장부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희애는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당당히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다. 그녀들이 자랑스럽다. ‘허스토리’는 내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 [사진=YG엔터테인먼트] |
“사실 처음에는 실존 인물이라 와 닿았어요. 어차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게 배우인데 현존하는 분을 연기한다는 게 영광스러웠죠. 또 정말 훌륭하신 분이잖아요. 정의 앞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죠. 아직 뵙지는 못했는데 막상 뵈면 어떤 말도 쉽게 나오지 않을 듯해요.”
호기로운 시작과 달리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 연기가 어려웠다. 방법은 연습뿐이라 생각했다. 3개월간 밤낮없이 매달렸다.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 듯했죠. 근데 감독님은 제가 미덥지 않으셨나 봐요(웃음). 만족을 못하고 계속 연습을 시키셨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제 연기를 녹음해서 들었는데 끔찍하더라고요. 그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하자, 이 역할만큼은 누구보다도 잘하자 싶었죠. 특히 언어적인 건 저 때문에 극 전체가 엉망이 될 수 있으니까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연습했죠.”
외적인 부분도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알려졌다시피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고 체중을 5㎏ 늘렸다. 후반부에는 얼굴에 주름을 그리고 흰머리도 만들었다.
“저는 아이들 낳은 후로는 체중이 늘 같았어요. 조금만 살이 쪄도 표가 나서 계속 유지했죠. 근데 이번만큼은 좋아하는 탄수화물을 실컷 먹었어요(웃음). 의상은 의상팀과 미술팀의 공이에요. 기록 속 선생님 모습을 최대한 참조했죠. 볼드한 액세서리나 스카프 등이 그래요. 그런 룩 또한 선생님의 성향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라 만족스러웠죠.”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 [사진=YG엔터테인먼트] |
또 다른 연기 변신을 꿈꾸냐고 묻자 “안하는 걸 하는 게 배우니까 저야 너무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제작자들은 아직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듯하다. 난 어떤 것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덧붙였다.
“사실 할 만큼 배우 생활을 했기에 여한은 없어요. 근데 그러다가도 나문희, 이순재 선생님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싶죠. 그분들은 여전히 연기자로서 수명을 붙들고 계시잖아요. 게다가 매 작품 신선하세요. 후배로서 너무 감사하고 존경스럽죠. 만일 제게 행운이 주어져서 선생님들처럼 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가 기적일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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