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박' 자처했던 김무성 의원…지금은 비박계 수장
비박 세력 약화시키려는 친박계, 김무성 의원에 탈당 촉구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내가 친박(친박근혜)의 원조다. 내가 친박 울타리를 만들었다. 날 비박으로 분류해 가지치기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난 비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 2014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7.14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스스로를 '원조친박'으로 칭했다.
◆ '박근혜 캠프'에서 '옥새투쟁'까지…친박에서 비박으로
김 의원의 친박 행보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 담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당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친박 학살' 공천으로 낙천했다. 친박 무소속연대를 이끌며 무소속으로 출마, 어렵게 당선됐던 김 의원은 이후 한나라당으로 복당해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그 이후 친박 좌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총선 불출마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8.06.15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박 전 대통령과 크게 이견을 보인 김 의원은 이 때부터 '탈박'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김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진박 공천' 파동에 옥새 투쟁으로 맞섰다.
2016년 말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며 의원들을 이끌고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비박계 수장'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 비박계 구심력 약화시키려는 친박…"김무성, 탈당하라" 촉구
최근 친박계 의원들이 '김무성 밀어내기'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박계 수장을 약화시켜 비박 세력 약화를 시도하는 것.
김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지난 20대 총선 공천에서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나 비례에서 단 한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당 대표 시절 계보도 만들지 않았다"면서 "이런 저에게 (비박계) 계보의 수장을 운운하는 것은 당치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6.28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당 내부 갈등에 불을 한층 더 지피는 계기가 됐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계 수장 역할을 해온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국민들이 다 안다"면서 탈당을 촉구했다.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도 "김 전 대표는 당의 혁신과 개혁을 위해 총선 불출마를 뛰어넘어 한국당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결단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일부 초선의원들도 사실상 김 전 대표를 겨냥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탈당을 촉구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전 대표는 확실히 당 대표직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총선 불출마 선언도 이미 했던 것인 만큼, 아예 탈당을 통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내에서는 향후 당 운영 방안을 놓고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친박 세력은 연내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상 유지를 원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늦추고 비대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는 비박계의 세력을 최대한 약화시켜 전당대회를 열고 친박계 인사를 당 대표직에 앉혀야만 다시 당 전면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한국당은 이르면 내주초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과 역할,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