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3위 원유 수입국…원가 부담 가중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탁윤 유수진 기자 =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에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미국과의 예외국 협상에서 한국이 예외국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국내 정유회사나 금융기관도 제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예외국가로 인정받더라도 값싼 이란산 원유 도입은 축소가 불가피해,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는 현재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이 가져올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5일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란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개인에 대한 제재)을 우려하고 있다. 2차 제재 개시 전까지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예외국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난 오바마 정부 당시에도 한국은 예외국가로 인정받았지만, 원유도입 물량이 제한된 점에 비춰볼때 향후 이란산 원유도입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수입량은 1억4787만 배럴로, 전체 원유수입량(11억1817만 배럴)의 13.2%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3억1922만 배럴)와 쿠웨이트(1억6037만 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은 지난 2015년 미국의 이란 제재가 풀린 이후 이란산 원유도입을 꾸준히 늘려왔다. 특히 이란산 원유중 상당 부분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가 많이 나오는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여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선호해왔다.
여수 석유화학 공단 [사진=롯데케미칼] |
정유화학업계는 향후 이란산 원유 도입이 축소될 경우 해당 물량만큼 이란외에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카타르 등 다른 중동 국가나 미국,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을 제외한 다른 중동 국가들이나 아프리카,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정부와 협조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지 않을 경우 전체 공급량이 줄어 유가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상 감산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8%(0.52달러) 상승한 69.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우리나라 처럼 국산 원유가 없고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입장에선 미국의 이란 제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예외국가로 인정받으면 숨통은 트이겠지만, 인정받더라도 2016~2017년 처럼 많은 물량은 도입하지 못할 것이고, 그럴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커질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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