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정비로 11.4조 충당 계획 차질
낙관적인 기재부…"세수 호황이라…"
전문가 "세수 풍년 매년 오는 게 아냐"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 달성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 마련에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정부는 비과세 및 세금 감면제도를 손질해 일부를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목표치를 한참 밑돈다.
자칫 재원 부족이 걱정되지만 기획재정부는 낙관적이다. 믿는 구석은 세수 호황 기조다. 비과세 정비 등으로 들어올 추가 국세 수입이 목표치보다 적어도 법인세를 비롯한 다른 세금이 잘 걷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세법 개정 비과세 및 감면 정비로 예상되는 세수 증대 효과는 약 4604억원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가 지난해 제시한 기준 연 2조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2017년 세법 개정 비과세·감면 세수 증대 효과도 목표치를 밑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7년 조세지출 정비로 예상되는 세수 효과는 6000억원(5년간 2조3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해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178조원 중 82조6000억원은 세입 확충으로 마련해야 한다. 82조60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은 비과세·감면 정비로 조달해야 한다. 비과세 범위를 줄여서 세원을 확대하고 세금 감면은 축소해서 연간 2조3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로 연간 2조3000억원 조달한다는 국정기획위 계획은 무리한 목표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취약 계층이나 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세액 감면 등을 확대해서다. 비과세·감면 축소를 정부가 공격적으로 해도 취약 계층 세액 감면 확대가 이를 상쇄하는 것.
실제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 일용 근로자 세부담 완화를 위해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하루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높였다. 또 위기지역에서 특정 기간 내 창업하면 법인세와 소득세를 5년 동안 한 푼도 안 받기로 했다.
목표 미달인 비과세·감면 정비 세수 효과는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등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실탄 마련에 차질이 생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기재부는 178조원 마련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세수 자연 증가분이 애초 예상보다 많다는 게 주요 근거다. 기재부가 매달 내놓는 재정동향 보고서를 보면 1월부터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4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조9000억원 증가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추가 세수 규모는 15조원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세수 자연 증가분 워낙 많아서 비과세·감면 정비 목표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세입 확충을 통한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재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세수 호황에 기댄 재원 조달은 지속할 수 없을뿐더러 경기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증세 및 비과세·감면 축소 등 폭넓은 수단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천대 홍기용 경영학부 교수는 "세수 증가는 경제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세수 풍년이 매년 오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