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영업 비서관 의견 반영되지 않는 듯 해"
"저녁 있는 삶? 오히려 자영업자 저녁이 사라졌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나왔으면 좋겠다"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정부가 세무조사 유예라는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여전히 현장과 벗어난 대책만 내놓는 '불통(不通)정부'라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국세청은 오는 2019년 말까지 569만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무검정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업을 위해 세금 부담을 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긴급 대책이었다.
◆ "우리가 세금 안 내는 사람이냐..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도 터무니 없어"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17일 최 회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소상공인들이 세무조사를 유예하면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세무조사 유예는 겉보기에만 화려한 대책일 뿐, 실질적으로는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오히려 세금을 항상 성실하게 내는 소상공인들이 탈세하는 집단으로 비칠까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을 연 매출 2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연 매출 3000만원이면 하루 매출 7만원인데, 요즘 시급에는 아르바이트생도 그만큼 번다"며 "심지어 아르바이트생은 소득이다. 연 매출 3000만원은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인근에서 '소상공인 119 민원센터' 개소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8.09 leehs@newspim.com |
정부는 앞서 지난 7일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을 내정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비서관 발탁 이후에도 소상공인 대책은 여전히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최 회장은 청와대 내에서 자영업 비서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영업 비서관 목소리 반영 안 되는 듯.. 현장과 괴리 여전"
실제 종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 또한 세무조사 유예나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확대 등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근로시간 줄여 저녁 있는 삶을 갖자고 하는데, 우리 자영업자들은 저녁이 사라졌다"며 "앞으로 나오는 소상공인 대책을 더 지켜보겠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초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모여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이번 대책에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확대 ▲임대료 완화 ▲소상공인 페이 ▲일자리안정자금 ▲신용카드 수수료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예고대로 오는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소상공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미 정부에 소상공인 현실을 반영한 보완책을 여러 번 건의했음에도 자꾸 터무니없는 대책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소상공인들은 더욱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내놓은 긴급대책이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정부와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주 발표되는 정부의 종합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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