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의미
그동안 강하게 거부해왔던 CVID, 이번 회담서 사실상 수용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북한이 결국 국제사회가 요구한 비핵화 수준인 CVID를 받아들였다. 3달 전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거부했던 높은 수준의 비핵화 단계를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수용키로 한 것.
CVID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의미한다. 영문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CVID는 조지 W부시 미 행정부 1기 때 미 국무부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이후 CVID는 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CVID라는 용어가 패전국에나 사용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라고 여겼던 것. 일례로 2003년 8월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은 CVID를 듣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한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CVID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2018.09.19 |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CVID개념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보고를 통해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와 같다"고 밝혔다. '검증 가능', '불가역적' 등의 용어를 볼때 실질적으로 CVID를 의미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제사회 곳곳에서 북한에 CVID를 요구해왔던 만큼 북한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것이다. 그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은 CVID를 지지하며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을 강조해왔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이전에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이 목표"라고 언급한바 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