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합의 방식...국가 수장끼리 논의하는 '톱다운' 진행
문 대통령 "북미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반드시 실행될 것"
과거 합의는 실무급 회담…이견 있으면 무산될 가능성 커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과거 비핵화 합의는 실무적인 협상을 통한 합의였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정상과 북한의 지도자 간 합의였으므로 반드시 실행되리라 믿는다."
20일 평양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에 대해 "과거와는 다르다"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 기저에는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논의가 깔려 있었다.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추진이란 관련 국가의 수장들이 직접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를 직접 논의한 이후 톱다운 방식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과거 실무자 급에서 논의됐던 비핵화 주제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정상급에서 비핵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논의하는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합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
북한 역시 최근들어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합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7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도 이같은 의중이 반영돼 있다.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적었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논의를 이어갔다. 정상회담 기간 중 두 정상은 상당 시간을 비핵화 및 북미 관계를 논의하는데 쏟았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귀경해 방북성과를 보고하면서 "첫날 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데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인했다"면서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서에 담지 못했지만 구두로 합의된 것들도 있다. 미국에 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리 정부 역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논의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 9.19 공동성명 등은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합의였는데, 이는 이번의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의 비핵화는 말하자면 실무적인 협상을 통한 합의여서 핵 폐기의 매 단계마다 검증을 하고 이행을 함께 논의하도록 설계돼 견해차이가 있을 경우 언제든 삐끗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 합의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정상과 북한의 지도자 북미 간 양 정상 사이의 합이가 이뤄지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미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행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크게는 양 정상 간 합의를 하고, 이에 맞춰 비핵화 시한이나 교환조치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실무 협상을 한다면 효과적으로 비핵화가 진전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이 불가역적으로 핵 폐기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은 과거에는 없던 일"이라면서 "정상급에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합의의 효용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23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과의 비핵화 논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북한의 요구사항 등에 대해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남과 북, 북과 미, 미국과 한국 정상간의 톱다운 비핵화 논의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