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1호 실버클라우드호
최지환 대표이사, 선제적 신조시장 첫출
한일고속, 연안여객서 국제무대도 검토 중
해운조선 경쟁력…선진화 시스템도입해야
[완도=뉴스핌] 이규하 기자 = ‘여객선 건조금액의 50%를 15년간 무이자’로 지원받은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1호가 본격적인 취항 앞둔 가운데 조선·해운 업계가 신조 건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은 한일고속의 실버클라우드호는 492억원의 건조금액 중 50%를 융자받은 첫 수혜선박이다. 선박 건조는 우리나라의 첫 민간 조선소인 대선조선이 맡았다.
여객 정원 1180명과 차량 150대를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실버클라우드호는 고가 카페리‧초쾌속선 도입을 위한 영세선사의 경영현실(대출곤란 등)과 국내 조선소의 어려운 건조실적 상황에 단비와 같은 마중물로 통한다.
세월호 사태 이후 여객선의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등 국제적 수준보다 높아진 안전성은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즉, 해외선박 수주 등을 통한 신(新)수출산업의 육성 가능성에도 포문을 연 격이다.
그 만큼, 해양수산부가 지원한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1호’의 첫 출발이 조선·해운 활성화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첫 발을 뗀 선박 신조의 선순환 정착을 위해서는 세심하고 안정적인 지원구조와 대상선종의 다양성, 관광 등의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핌은 지난 17일 전남 완도에서 열린 실버클라우드호 취항식에서 최지환 한일고속 대표이사와 안재용 대선조선 대표이사 등을 만나 현장의 온기를 들어봤다.
최지환 한일고속 대표이사 |
◆ 최지환 한일고속 대표이사
-새 선박 건조와 중고선박을 비교해 감회가 어떤가?
=내부적으로 안 따져 본 건 아니다.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면 20년, 법상으로는 2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25년까지 따지면 7~8년 정도 사용연한이 된다. 중고선도 7~8년 사용하고 내놓는다. 배를 두 번 정도 교체를 해야 한다. 3척의 중고선이 필요하다.
선사들이 선뜻 신조에 용기를 못 내고 중고선을 수입해왔다. 이제는 기조가 많이 바뀌었다. 해수부에서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실버클라우드호를 만들다 보니 다른 선사들의 관심도 높다. 국내기술의 신조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반신반의 선사들이 여럿 신청한 것이 방증이다. 한일고속이 나름대로 연안여객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한 자부심이 있다.
-연안 카페리 현대화 펀드 1호 사업 이후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뒤집고 현재 4호 사업까지 사업자가 확보됐다. 한일고속도 2호가 있는 것으로 안다.
=H해운, 한일고속, 씨월드고속훼리가 카페리 각 1척씩 건조하는 현대화펀드 지원이 결정됐다. 우린 여수 제주 간 운영 중인 골드스텔라가 있다. 관행대로 일본에서 중고선을 도입, 개보수한 선박이다. 법에 따라 2020년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현대화 펀드 1호인 실버 클라우드호처럼 골드 스텔라도 대체할 것이다. 여수-제주 간 운항을 예정하고 있다.
-부산 해운선사들은 국제 항만에 많다. 한일고속은 연안고속이나 향후 국제무대로 확대할 계획이 있는가?
=40여년간 연안 사업만 해왔다. 당연히 사업은 확장해야 한다. 이 세상은 발전하고 넓어지는데 상대적으로 처질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는 상당하게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안전규제가 오히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이에 반해 실버 클라우드호의 여객선 이용 가격이 다소 높아진 면도 있다. 이용객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나?
=인식의 차이다. 3~4인 가족과 승용차를 가지고 탑승하면 20만원 중반대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동안 연안여객선은 항공, 육상보다 낙후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번 신조가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고선이 아닌 연안여객선도 신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주요 항로들이 배를 교체할 때 신조 쪽으로 이동했다.
신조는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중고선은 누가 쓰던 배다. 그만큼 서비스 질과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신조를 하다보면 완도-제주 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건조를 하게 된다.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 만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현대화 된 선박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정도의 요금은 어느 정도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원 대비 승선 인원은 시즌마다 다르나 30~40% 승선률을 기록해왔다. 실버클라우드호의 예상 승선률은 50% 이상 될 수 있다고 본다.
-신조로 대체될 경우 기존 선령 20년 선박은 어떻게 되는가?
=동남아 판매를 예정하고 있다.. 여객선이 복불복이다. 상선은 상장주식이고 여객선은 비상장 주식이다. 상장주식은 가치가 정해져 있다. 상선이 어떤 크기냐, 어느정도냐에 따라 정가가 있다. 여객선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배를 원하는 선주가 있으면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갈 수 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일 수 있다. 비싸게 팔수도 있다. 예측하는 가격 없다. 그러나 중고선 판매 가격은 얼마 안 남는 것으로 안다.
-정부지원에 대한 개선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펀드를 계속 확충했으면 좋겠다. 해수부나 주무관청이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연안 여객 산업을 발전하려면 여러 가지가 함께 발전돼야 한다. 배, 서비스와 더불어 인프라다. 새 건물을 원하는 게 아니라 선진화된 시스템도입이 필요하다. 사회적간접자본(SOC)은 항만 물류 시스템 등 선진적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주면 좋은 배, 좋은 서비스가 한 단계 성숙될 수 있다. 연안 여객선이 구닥다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또 금융적인 부분에서는 선사의 파이낸싱 분야다. 조선, 해운은 금융권에서 손을 안 대려 한다. 국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자금도 있고. 연안 여객선 건조를 펀드 외에도 국책은행 지원을 생각해주면 어떨까하는 바람이 있다.
실버 클라우드호 건조를 위해 접근했던 국책은행이 있었다. 결국 안 됐다. 저희와 오래 거래한 민간은행이 해줬다. 마지막 하나는 법령적인 부분이다. 연안여객이 낙후돼 있고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다. 해운관련 법들은 연안여객에 별로 관심 없다. 상선, 원양, 국제를 나가는 법들로 돼 있다. 현실적으로 연안 여객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 해운에서 중요한 부분은 상선회사들이 수출물량을 싣다보니 그쪽으로 법이 됐다.
그 시스템과 연안 여객 시스템은 다르다. 해수부에서 필요하다 싶으면 국회와 협의할 수 있는 부분.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연안 여객 사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선원과 관련된 법령이 있을 수 있다. 선원들의 출퇴근이 일반 회사원과 같은 시스템이다. 근로시간, 휴게시간이 그쪽에 맞춰져 있다. 원양어선, 상선은 전혀 그런 시스템 아니다. 몇 달 간 타는 시스템이다.
-실버 클라우드호 정식 취항은 언제인가?
=완도-제주항로로 2시간반이 걸린다. 10월 말 이전에는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안재용 대선조선 대표이사(사진 왼쪽부터), 최지환 한일고속 대표이사, 이재붕 세계로선박금융 대표이사가 전라남도 완도여객선 터미널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핌 BD] |
◆ 안재용 대선조선 대표이사
-산업통상자원부가 카페리 표준선형을 개발, 실버 클라우드호 건조에 도입했다. 국내 건조 기반에 따른 해외수주 가능성은?
=연안여객선 표준화 선형 공모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기술 국산화, 자주화가 된다. 이를 토대로 선박안전법은 국제룰보다 안전부분에서 세심해졌다. 디테일한 부분이 있다. 이런 선박을 건조한 것은 국제 시장 진입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저희 회사도 연안 여객선 건조를 시작했지만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항로의 페리 시장을 도모하고 있다. 견적 의뢰를 준비 중이다. 많은 국제 페리에 진출할 수 있다.
-표준화 모델이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선박과의 차이는?
=세월호 사태 이후 연안여객선이 지닌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정부, 업계, 조선소도 공동으로 연구하는 등 문제점을 진단하며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선박의 복원성이다. 세월호가 넘어지면서부터 불거졌다. 이 배를 만들 때 주안점을 둔 것도 복원성이다. 배가 넘어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산업부, 해수부 등 정부의 지원이 첫 발을 뗐지만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할 것으로 본다.
=시작은 불행한 스토리로 시작됐지만 결과는 좋았다. 모든 분들이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게 됐다. 배를 짓게 하는 자금은 국내조선소, 3주체가 잘 이뤄졌다. 중형 또는 중소형에서 연안 여객선을 건조하게 됐다는 게 좋은 출발이라고 본다. 대선조선이 일익을 담당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조선소 입장에서 배를 짓는 현장 입장은 어떻게 하든, 중소형 조선소가 페리를 전적으로 지을 수 있는 환경,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의 특성상 상선이 호황이 되면 상선으로 가버린다. 중소형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안 여객 현대화 사업 펀드가 예산 확보가 돼 연안 여객선이 중고에서 신조로 옮겨가는 과정을 거치고 다른 선박도 많다.
바람이지만 한중 합작 회사들이 많다. 1차적으로 4, 5년 전에 많은 선사들이 중국에서 지었다. 중국으로 간 선사들이 후회를 하신다. 진동이든, 소음이든, 마감재에서 들고 일어나는 문제들이 심각해서다. 국제 페리까지 갈수 있느냐. 준비는 돼 있다. 문의가 많다. 하지만 금융을 볼 때 중국이 굉장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중국 정부, 관계 시에서 적극적인 금융을 알선한다. 중국 조선소로 4년 전에 많이 갔다. 연안 현대화 펀드가 좀 더 확대돼 한중 페리 주관 등을 넓히는 계기로 발전됐으면 한다. 페리 건조기술이 연안에서 머물지 말고 수준 높은 페리 건조의 확장성이 있었으면 한다.
-해수부의 연안 펀드의 기폭제, 조선업을 하는 입장에서 어떤가?
=500억 들여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선사 입장에서는 중고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가 금융이다. 높은 이자율, 2차 보전 사업, 옛날에 했던 신조 사업까지 정부가 정책 자금으로 지원하면서 연안 여객선 펀드는 기폭제가 됐다. 의구심도 많았을 것이다. 대선조선이 페리를 지을지. 결국은 배가 예쁘게 나왔다. 3차 공모 때는 3~4개 선사가 경쟁했고 한일고속이 1등을 했다.
17일 취항식을 진행한 한일고속의 실버 클라우드호가 전남 완도여객터미널 선착장에 정박해 있다. 실버 클라우드호는 복원성, 각종 구명장비 등 국제적 수준의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높은 파도와 빠른 조류에서도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형을 적용한 대형 카페리 여객선이다. [뉴스핌 DB] |
김용태 해수부 연안해운과장은 “현대화 펀드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까지 1000억 지원하는 등 다른 여타도 신조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4개년 정도로 800억에서 1000억원 정도 확대돼야 한다. 재정당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