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동산대출 담보보호 규정도 없는데 대출 확대 요구
상장 75개 車부품사 절반 적자인데, 유동성 지원하도록 독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은행권이 ‘관치(官治)대출’의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훼손, 은닉, 처분이나 담보권한 존속기간 등 법적인 안정장치가 없는데도 동산(動産)대출 확대를 요구했다.
경영난에 빠진 자동차부품과 조선업종에 대출을 늘리도록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은행장을 만나 요구하고 있다. 고용효과가 큰 중소 및 제조업의 경영난을 은행권이 떠안으라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 조선업 현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18 leehs@newspim.com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요구로 동산대출의 법, 제도적 미비점을 해소하기 위한 금융위와 법무부의 특별팀이 지난달 가동에 들어갔다. 동산대출은 설비, 지적 및 기술재산권, 영업권, 매출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담보권자(은행)의 권리보호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그래서 은행들은 무담보 대출이나 다름없다고 여겼고, 담보권 보호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위 특별팀도 △ 담보권 존속기한(현행 5년) 폐지 또는 기한 확대(10년) 검토 △ 등기주체를 상호등기 없는 개인사업자에게 등기 허용 △ 담보 고의 훼손‧은닉‧처분시 처벌조항 마련 △ 동산담보 경매 시 집행절차시 배당요구가 없는 경우에도 담보권자에게 배당 △ 사적실행의 요건을 명확화 또는 완화 △ 불가피한 담보물 변형시 담보권 유지(철강 구부림 등) 검토 등 제도마련을 추진해왔다.
아직 관련부처인 법무부는 금융위와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금융당국은 동산담보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장들에게 동산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은 600조원에 달하는 동산을 갖고 있는 반면, 금융에 활용되는 동산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위원회] |
감독당국도 은행들의 동산담보대출 현장조사를 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동산대출인 기술금융과 관련 현장점검을 실시, 은행들이 기술평가기관의 기술재산권이 없거나 기술연관성이 낮인 기업에 기술평가를 실시한 결과만을 믿고 대출을 해줬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스스로 동산담보 여신심사시스템을 갖추라는 요구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취약업종 대출부실 위험성이 있는데도 대출을 주문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달 자동차부품업계 CEO들을 금융위에서 만나 “은행들이 자동차 부품업종을 위험업종으로 분류하고 신규대출과 만기연장을 거부한다”는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는 은행장들에게 “개별 자동차 부품업체의 재무ㆍ경영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여신회수 등 '은행권의 비 오는데 우산 뺏는'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장들이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자동차부품 75개 상장사 가운데 27%가 적자이고, 절반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담보권 보호장치도 미흡한 동산대출을 늘리고 자동차부품업체 여신 지원 요구는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자동차업계의 경영난을 은행들이 떠안으라는 관치의 요구”라며 “대출손실 등 은행들로써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