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공동 태스크포스 가동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vs 은행 특성에 맞게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은행권이 임직원 평가수단인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노조는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절대평가 전환 등 KPI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경영 자율에 맡겨야 할 영역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포함된 은행권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는 오는 30일 KPI 개편에 대한 입장을 교환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첫 실무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KPI 논의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금융노사는 지난달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며 KPI 제도개선 등 과당경쟁 해소는 별도 TF를 통해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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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일반은행의 KPI 구성비 [그래프=금융연구원] |
노조 측은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KPI를 꼽고, 전면 개편을 내세웠다. 수백개에 달하는 평가 항목을 줄이고, 상대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외에 신상품 등 특정 금융 상품 실적을 KPI에서 제외하고, 연중 상시로 진행하는 프로모션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단기 실적보다는 소비자 보호 등의 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또 성과평가 기준에 맞게 개별상품 실적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행위라면 포괄적으로 평가에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KPI는 개별 은행의 경영 판단에 맡겨야 할 영역이며, 이를 전면 개편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에서 성과평가와 경쟁체제는 당연한 것"이라며 "단기실적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만큼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은행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은행마다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해야지 인위적인 포괄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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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입장 차가 크다보니 노사는 벌써부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가능한 빨리 협상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늦어도 11월 초까지 합의를 끝내야 내년도 경영 계획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 측으로부터 공식화된 입장을 전달받아야 이를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언제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기한은 정해진 게 없다"며 "합의가 안 되면 TF 운영기간을 연장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금융감독당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금감원은 금융감독혁신 과제 중 하나로 은행연합회와 함께 KPI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논의는 제대로 발도 못 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에서도 과당 경쟁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개별 기업에 강제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각 은행마다 입장이 달라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