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 지시에 따랐을 뿐…직권남용죄 성립 의문”
法, 양 측에 ‘공모 범위’ 의견서 제출 요구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진보 성향의 야권 인사를 비롯해 여권 정치인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직 국가정보원 국장이 항소심에서 직권남용죄 성립을 부정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전직 국정원 방첩국장 김모씨는 30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원법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 기일에서 “상명하복 체계 속에서 지시 받은 내용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국장 측 변호인은 “국정원 조직은 준군사조직으로 상명하복 관계가 철저하다. 상사 지시를 과연 따르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을 비춰보면 위로부터 지시받은 사람이 그에 따라 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직권남용죄는 적어도 외형상으로 자신의 업무권한 범위 내에 속하는 일을 실제로는 다른 의도로 지시했을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민간인 사찰행위는 국정원법에 의하더라도 기본 직무에 속하지 않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 측에 “공소사실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1‧2‧3차장, 기조실장이 참여하는 정무직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차장급에 전달되고, 방첩국장인 피고인은 그에 따라 부하직원에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며 공모 범위가 어디까지에 해당하는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한 차례 더 기일을 열고 김 전 국장 측이 신청한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방첩국장은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지시에 따라 국정원 방첩팀 내에 ‘포청천’ 공작팀을 꾸리고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여야 유력 인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또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과 배우 문성근 씨, 여권 정치인 등의 개인 컴퓨터(PC)와 이메일 등을 해킹해 자료를 확보한 뒤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명목으로 이와 관련된 홍모씨를 미행·감시한 혐의도 받는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