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이민' 수사 공세를 강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까지 폐지하겠다고 하자 친정인 공화당 측 반발이 거세다.
자신의 핵심 지지 세력인 백인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지만 일부 공화당 지지자가 강도 높은 반이민 캠페인에 거부감을 보여 경합 지역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책으로 '미국의 정체성'이 근본적인 질문으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기간 공화당 고문역을 해온 알렉스 코난트는 "그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집회에 참석한 공화당 지지자는 분명히 좋아하겠지만, 그런 정책들은 교외의 공화당 지지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원 다수당 지위가 위험에 처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는 외길로 자신 지지층의 투표율에 초점을 두고있다"며 "딥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주)에서는 정말 좋겠지만, '퍼플 스테이트나 스윙 스테이트(지지율이 자주 흔들리는 주)'에서는 문제다"고 경고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본토 출생자에게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을 행정명령으로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와 유명 민주당 인사 등을 상대로 한 우편물 테러 사건 등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이민 발언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온 공화당 원내 1인자인 폴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 조차 이날 켄터키주의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으로 출생자 자동 시민권 제도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하원 공화당 선거운동조직 책임자인 스티브 스티버스(오하이오) 의원은 이민자를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스티브 킹(공화·아이오와) 하원의원에게 국수주의 정치인을 지지한다며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과 숙의없이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화당 의원들은 경제 성과를 강조하려는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새 감세안을 내놓는 등 다른 통로를 강구해봤지만 2015년 대선 때와 같은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미동도 하지 않으며 '헬스케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 캐러밴(행렬)을 향해 미국을 '침략'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미군 5200명을 미국 남쪽 국경으로 보내라고 명령했다.
라이언 코스텔로(공화·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과실"을 범하고 있다며 경합 지역에 있는 교외 공화당 지지자들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한 출생시민권 폐기를 둘러싸고 법적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하고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및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 장소에서 돌을 올려놓고 있다. 지난 27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 위치한 유대교 회당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2018.10.30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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