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통화정책 결정, 장기 전망보다 단기 경제 지표 의존도 높아져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예측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이 향후 몇 개월 또는 몇 년 간 중장기 경제 전망보다 인플레이션·실업률·경제성장률 등 단기 경제지표에 근거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공개발언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개월, 심지어 수주 앞 연준의 행보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져,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지난 9월 대부분 연준 정책 위원들은 12월 금리인상을 전망했으나, 내년 전망은 2~4차례로 분산돼 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간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직진했다. 이후 경제 여건이 강화되면서 긴축에 속도를 내 2015년과 2016년에 한 차례씩 금리를 인상하고 지난해와 올해 3차례씩 인상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25%까지 올라, 경기과열도 경기위축도 유발하지 않는 적정 수준인 중립 금리에 다가서고 있다. 대부분 연준 정책위원들은 중립금리를 2.75% 또는 3%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립금리 수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정책위원들은 시장 상황과 경제지표에 근거해 중립금리가 높아져야 하는지 낮아져야 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정책을 가구로 가득 찬 불 꺼진 방안에서 걷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속도를 늦추거나 어쩌면 잠시 멈춰서 촉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 과열로 인플레이션이 과도해지거나 위험한 자산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27일 연설에서 “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올리면 경기 확장세를 공연히 단축시킬 수 있는 한편, 너무 느리게 행동하면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해 수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자주 수정되는 단기 경제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경제 전반의 변화를 제 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기업들이 발표하는 보고서가 경제 현황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계 인사들이 체감했다는 내용이 곧 경제지표로 가시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 시대가 도래하자 투자자들이 연준의 의도를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지난달 파월 의장은 연준이 중립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지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서는 중립 금리가 먼 훗날 얘기라고 말하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강력한 매파 기조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국채 시장에서 대대적 매도세가 촉발돼 지난달 증시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준 정책을 더욱 예측불가로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연준은 1년에 4차례만 진행하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속 기자회견을 내년부터 매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연준은 기자회견이 뒤따르는 FOMC에서만 중대한 정책 변화를 결정한 바 있어, 이제 연준의 정책 수정을 긴장하며 지켜봐야 하는 FOMC가 1년에 8차례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연준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대부분 연준 정책위원들이 내년 경제성장세 둔화를 예상하고 있지만, 얼마나 빨리 어떠한 양상으로 둔화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 시장은 이미 위축되고 있으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에너지 부문 기업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세 둔화 전망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도 복병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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