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개척·비은행사업 강화·디지털 금융 기조 계승
임원추천위 꾸려 새 회장 선임 논의..."속도감 있게"
[편집자]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웅렬 코오롱 그룹 회장의 사퇴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금융권에선 받아들인다. 이에 뉴스핌은 김 회장의 지난 8년 경영을 되짚어보고, 김 회장 없는 JB금융그룹의 앞날도 전망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JB금융그룹을 크게 성장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때"라며 김한 회장이 용퇴를 선언했다. 김 회장 없는 JB금융그룹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그를 잇는 새 선장을 누가 맡을까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3년 JB금융그룹 선포식에 참석한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 |
◆ 과제1 : 경영철학 유지 "김한 회장 이후에도 지속"
김 회장의 키워드였던 신시장 개척과 비은행사업 강화, 디지털 금융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앞서 "2020년까지 JB금융그룹 이익의 50%를 수도권에서, 20%를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북은행의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수익 비중이 5 대 5에 달한다. JB금융 관계자는 "향후 수도권 추가 점포설치는 전략적으로 판단해 필요하다면 좀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과 이종산업 교류 등 비은행사업 영역 확대도 이어진다. JB금융은 아직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어 매물이 나오면 인수후보자로 지목됐다. '시너지'라는 대원칙이 있어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M&A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비은행 M&A가 미래의 새로운 수익 기반을 갖추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JB금융 측도 "M&A의 특성상 시기를 못박지는 않는다"면서도 "중장기적 경영전략 등을 검토해 시너지가 최대로 발현되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은 내부 프로세스와 외연 확대 양쪽에서 계속 핵심으로 작용한다. 직원들이 영업에 디지털을 활용할 수 있는 BDT 시스템을 개발했고, 영업점에 Paperless(종이 없는 점포)를 도입한 데 이어 프로그래밍 실습까지 시키고 있다. 해외 진출도 소매금융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영업 확대와는 다르게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통한 글로벌 진출이란 점에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 과제2 : 확장 전략 고도화 "디지털 금융 확대는 내외부 핵심"
JB금융그룹은 김 회장 퇴진 이후에도 해외진출과 디지털이라는 기존 전략 고도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중점으로 한 해외 진출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계열사 JB우리캐피탈은 지난해 미얀마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이 머지않아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정착 단계에서는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영업 전략을 펴기로 했다. 해당 국가 특성상 여전히 금융이용 접근성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현지화 정착을 위해서는 소매금융 중심의 관계영업이 먼저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모바일 이용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IT인프라가 구축되는 동남아지역과 중국에서 '디지털 금융'을 이어갈 계획이다. 실제 JB금융은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플랫폼을 보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금융회사와 협의하고 있다. 캄보디아프놈펜은행(PPCB)에는 이미 차세대 전산시스템과 오픈뱅킹 플랫폼을 구축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다른 나라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디지털 강화는 조직 문화 차원으로 이어간다. JB금융은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에 대해 다양한 산업계 강연에 이어 프로그래밍 실습까지 병행한다.
IT 부서 직원이 아닌 이상 실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생존을 위한 필수과정으로 여겨 디지털 강화를 조직 문화의 한 갈래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디지털 금융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영업점과 직원을 줄일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 과제3 : 차기 리더 선정 "조직 안정 위해 빠른 선출 추진"
3연임이 무난했던 김한 회장이 용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후 JB금융은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JB금융그룹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새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외부 공모 여부나 구체적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임원을 추천하는 내부 규정이 준비돼 있고, 임용택 전북은행장과 송종욱 광주은행장 등 자회사 대표이사들의 임기도 내년 3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자격요건을 정하고 그에 맞는 후보군을 추려 점점 좁혀나가는 프로세스가 준비돼 있다.
JB금융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이사회에서 구체적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김한 회장의 거취 표명이 빨랐기에 조직 안정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으로 속도감있게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