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금융계열사 매각 시나리오
[편집자]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별 ‘매각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롯데캐피탈을 제외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캐피탈 보유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지주와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각각 25.64%, 11.81%도 정리해야한다.
◆ 호텔롯데나 롯데물산…‘내부매각’?
롯데그룹 내에서 지분을 이동한다면 가장 유력한 곳은 호텔롯데나 롯데물산이다. 이들은 롯데지주 밖에 있어 롯데캐피탈 지분을 인수해도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감안할 부분은 중장기적인 변화다.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를 출범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이 일환이다. 이제는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뒤 롯데지주 산하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남겨뒀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출범 전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일본 주주가 지분 대부분(97.2%)을 보유했다. 롯데그룹은 상장을 통해 이들의 지분을 희석시키고(50% 미만), 신 회장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호텔롯데도 언젠가는 ‘신 회장→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주사 체제 안에 들어갈 것이 유력시된다. 그렇게 되면 롯데캐피탈은 또 다시 매각 이슈에 휩싸이게 된다.
◆ 내부인 듯 내부 아닌 ‘일본’ 行?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주식을 취득·양수해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한다. 일명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하지만 법조항을 찬찬히 살펴보면 캐피탈사는 이러한 의무에서 벗어나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시설대여업자, 할부금융업자, 신기술사업금융업자는 제외한다’는 문구 때문이다. 이에 롯데캐피탈은 대주주가 바뀌어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는 매각이 공식화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과 다른 사정이다. 즉, 카드와 손보를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매각하면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캐피탈은 이런 부담이 없다.
급한 불(롯데지주 및 롯데건설이 가진 지분 처리)을 끄면서 중장기적인 안정성(추가 매각이슈 차단)을 높이려면 한국롯데 영향력 밖으로 나가야한다. 이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유력한 롯데캐피탈 인수 후보자는 ‘일본롯데’다. 현재 정리해야하는 롯데지주 25.64%, 롯데건설 11.81% 지분에 호텔롯데(39.37%), 부산롯데호텔(11.47%) 등의 지분 일부를 넘기면(50% 이상) 롯데캐피탈에 대한 지배력은 일본롯데가 가져가게 된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애착이 있는 금융사를 외부에 팔지 않고, 간편하게 중장기 매각 이슈를 잠재울 수 있다.
◆ 롯데 금융사 순이익 1위…외부로?
물론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처럼 롯데캐피탈을 외부에 매각할 수도 있다. 롯데캐피탈은 비은행계이고 논캡티브 캐피탈사임에도 자산 기준 국내 업계 4위다. 자동차 금융 36.6%, 기업대출 34.5%, 개인신용대출 26.95 등 다변화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2013년 683억원이던 순이익은 2015년 1193억원, 2017년 1558억원 순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현재는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중 순이익 기여도도 가장 높다. 이에 인수를 희망하는 이들이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