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시스템 본질 훼손…개인 일탈 아니다" 윗선 책임규명 의지 재확인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에 대한 추가조사를 이어가며 윗선에 대한 책임규명 의지를 재확인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추가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영장이 기각된 주요 사유인 공모관계 입증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벌이는 상황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훼손한 행동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심각한 행동들이 행정처 차장 지위에 있던 분의 단독 행동이나 일탈 행위라는 결론을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에 맞춰 가능한 수사를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전직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06 kilroy023@newspim.com |
검찰은 다만 아직까지 두 전직 대법관을 재소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관계자 조사와 관련 자료 조사 등은 계속되고 있다. 구속기소된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두세 차례 추가 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보강 수사를 토대로 조만간 전직 대법관에 대한 재소환 일정 등을 조율하고 향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3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관여 및 개입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관여 및 개입 △공보관실 운영 예산 유용 등 28개 범죄 혐의로,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선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축소 및 은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송 관여 및 개입 △헌법재판소 심리 중인 평택-아산·당진 매립지 분할 소송 관련 일정 변경 시도 등 18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7일 이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공모관계 입증에 의문의 여지가 있고 이미 수집된 증거로도 수사가 충분하다는 취지였다.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도 들었다.
검찰은 아울러 사법행정권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이인복(62·11기) 전 대법관에 대한 비공개 소환조사도 지난 9일 진행했다.
이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시절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가압류 소송 관련 법원행정처의 판단을 담은 문건을 선관위 측에 건넨 의혹을 받는다. 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처음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당시 1차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아 실체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소환조사에서는 이들 의혹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법관을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범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