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투자자금 채권 및 신흥국 ‘쏠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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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해 채권 시장을 떠나 주식 시장을 향했던 글로벌 투자 자금 이동 경로는 올해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작년 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로는 총 567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에서 288억달러가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 흐름이다. 채권형 펀드 중 선진국에서는 165억4000만달러가 빠져나갔으며, 신흥국에서는 122억6000만달러가 유출됐다.
지역별로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아시아와 신흥국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과 달리 북미와 서유럽 시장에서는 자금이 빠르게 이탈했다. 채권 펀드의 경우에는 북미 시장이 나홀로 자금을 유입했으며, 서유럽과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초 양호한 펀더멘털에 기대 주식시장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은 하반기 들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세계 경제성장 둔화 전망과 미국 금리 인상, 기업실적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위기 자산에서 발을 뺐다.
미·중 무역분쟁 악재가 다소 희석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기마저 둔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고 트럼프발 리스크 역시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안전자산으로 숨으려는 투자자들의 욕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안전자산 인기에 채권시장 ‘맑음’
지난해 중국과 일본,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까지 실물경기 하강이 두드러진 데 이어 대규모 세금 인하 효과로 독주했던 미국 역시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리스크-오프’가 금융시장을 장악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채권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내년 투자자들의 경기 전망은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비관적인 상황. 지난 12월 글로벌 투자자들의 채권 순비중 축소 축소 포지션이 23%포인트 급감, 35%로 떨어진 동시에,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포지션은 16%로 하락해 2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그만큼 이동했다는 의미로, 변동 폭은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작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과 변동성이 올해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회사채가 투자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HSBC는 한국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2019년 금융시장의 변동성 상승에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에 따라 신용시장의 달러화 유동성이 위축되는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은 내년 달러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경기 하강 기류와 정책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 옥석 가리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한국 회사채의 경우 스프레드 변동성이 낮아 인기몰이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간스탠리는 위안화 표시 중국 채권이 올해 중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 지수에 편입되면 중국 채권 시장으로 80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즈호증권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중장기적으로 채권시장 강세 및 주식시장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펀드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재분배될 것으로 점쳤다.
◆ 신흥국도 ‘시선집중’
올해 달러 강세 기대가 후퇴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신흥국에 특히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유명 투자은행들도 대부분 투자 매력을 강조하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은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대폭 올렸고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도 ‘비중축소’에서 ‘비중유지’로 상향 조정했다. 또 올해 말 MSCI 신흥시장(EM)지수 전망치 역시 지난 5월 제시했던 12개월 전망치보다 11% 높였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신흥국 기업들의 견실한 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최근 신흥국 증시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인데 단기 변동성이 보장된 투자 매력이 있는 주식을 매수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신흥국 증시로의 관심은 중국 중심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감세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하는 한편 인프라 건설용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량을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경기둔화 흐름에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달러가 약세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을 확신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달러는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언급한 뒤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개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우 달러 강세가 호재지만, 외국인 투자자 입자에서 보면 신흥국 통화 강세가 기대되면 투자에 나설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키스 웨이드(사진) 슈로더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경제 둔화 국면에서 주식투자는 미국, 채권투자는 신흥국이 유망하다고 평가했으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비둘기파로 돌아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강세 환경이 변하면 신흥국 통화 채권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올해 강 달러 조기 종료로 통화 가치를 회복한 신흥국 채권투자 수익률 개선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신흥국 중에서도 펀더멘털이 견실한 멕시코·인도네시아·인도·폴란드의 채권을 유망 투자처로 지목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