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상승 불안 속 신흥국 반등 기대감 '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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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달 글로벌 투자 자금은 계속되는 유럽과 신흥국 기피현상 속에 상대적인 성장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는 북미로 향했다.
FE 애널리틱스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 증시 S&P500지수는 7월 한 달 3.69%가 오르며 글로벌 증시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덕분에 상반기 북미를 이탈했던 자금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이탈 자금의 4분의 1 정도가 되돌아왔다.
정국 불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유럽은 상반기에 이어 7월에도 투자자들의 기피 1순위 지역으로 떠올랐으며, 상반기 선전했던 신흥국 증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분쟁의 타격이 우려되면서 팔자가 두드러졌다.
채권시장에서는 북미를 중심으로 대부분 지역이 순유입세를 기록했으며, 안전자산 수요와 높은 인플레이션 기저효과 등이 채권 가격을 지지했다.
◆ 북미 경제 ‘청신호’
글로벌 경기 둔화 경계감이 커진 탓에 상대적으로 경기 호조가 뚜렷한 북미 펀드로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미국의 2분기 성장률 반등 기대감과 기업실적 호조 예상이 겹쳐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유명 투자은행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출 확대 덕분에 미국의 경제지표가 앞으로도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IT나 금융 등 업종 바이백이 늘고 경기 민감주에 대한 선호도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경기 사이클 후반이 아닌 중반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미국의 경제 여건에 대해 꾸준한 낙관론을 제시했다.
그는 “마침내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있고, 소비자 지갑 사정도 양호하며 기업들의 자본지출도 늘고 있다”면서 “가구 형성도 늘고, 주택 건설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은행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매우 매우 견실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전쟁이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경기나 실적 모멘텀, 정치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유럽보다 북미 증시가 더 유망하다고 평가했으며, 로이터통신은 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이 무역전쟁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경우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안전하지 않으며,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 증가, 유럽 내 정국 불안 등 갖가지 악재들이 계속해서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의견을 잇달아 하향조정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씨티은행도 유럽이 이탈리아의 정정불안, 무역갈등, 독일 연정 위기, 도이치뱅크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실적 컨센서스가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 美 금리 불안 ‘진행형’
다만 최근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국채 수익률은 증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채 3개월물 수익률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2%를 돌파하면서 주식 자금에는 적신호가 됐다.
미국채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2%를 뚫고 오른 것은 2008년 6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이는 뉴욕증시에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그간 투자자들은 최고치로 오른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채권에 대한 상대적 가치와 대체 자산 부족 현상 때문에 증시 ‘사자’에 열을 올렸지만, 3개월 국채 수익률이 배당 수익률을 앞지르면서 주식에서 이자 상품으로 발걸음을 올릴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려는 상황은 연준의 매파 기조와 더불어 단기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연준이 올해와 내년 각각 네 차례와 세 차례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신흥국 불안 속 반등 기대감 ‘솔솔’
신흥국은 무역분쟁 우려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 유지 발언 등으로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심스레 반등 전망도 제기됐다.
블랙록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관련 유의미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아시아 통화 전망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고, 씨티은행은 성장세 차별화, 물가상승 압력 확대로 신흥국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신흥국 익스포저를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코메르츠방크도 선진국 대비 신흥국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 초 진행된 블룸버그 서베이에서도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신흥국의 주식과 통화 매도세가 지속할 것으로 점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리스크-러브(Risk-Love) 지표에 따르면 개도국 주식에 대한 비관론은 23년간 최고치에 달했다.
다만 굵직한 자산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신흥국 증시가 다시 랠리를 펼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골드만삭스그룹과 템플턴, 블랙록은 낮은 가격과 기업 이익 증가, 강한 펀더멘털이 무역전쟁의 위험과 금리 상승, 미국의 침체 가능성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템플턴은 달러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과거 10년간 길어야 3~8개월 지속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 주식에 주는 부담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시장의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과도한 수준이며, 세계경제가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확대하고 신흥국도 눈여겨 볼 것을 주문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