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이후 8년 만에 극장가 컴백…모성애 연기로 감동 선사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희생과 인내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저희 엄마도 그랬고 지금의 저도 그렇고…. 겪어 보니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알 거 같아요.”
무려 8년 만이다. 배우 유호정(50)이 영화 ‘써니’(2011) 이후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았다. 신작 ‘그대 이름은 장미’는 평범한 엄마 홍장미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엄마의 과거가 밝혀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타이틀롤 홍장미를 통해 진한 모성애를 그려낸 유호정을 8일 뉴스핌이 만났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행복을 주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이 영화가 그랬죠. 엄마에게도 꿈과 첫사랑이 있었던 시간, 아이를 갖게 되면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그 안에서 모성애도 그려보고 싶었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느낌이 컸죠. 그동안은 엄마로서, 엄마의 입장이 돼 연기했다면 이건 딸이 돼서 연기한 작품이에요.”
실제 유호정은 촬영 내내 돌아가신 어머니를 자주 떠올렸다. 그의 모친은 지난 2004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호정은 엄마가 아닌 딸로 이야기에 접근한 이유에 대해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 홀로 저와 여동생을 키웠다. 홍장미의 삶이 유난히 엄마와 닮았고 그래서 더 공감되고 그리웠다”고 털어놨다.
“‘엄마 마음이 이랬겠구나’란 생각을 자주 했어요. 특히 홍수 신은 저도 여릴 때 겪은 일이라 더 생각났죠. 돌이켜 보면 후회가 많이 돼요. 무엇보다 무뚝뚝한 딸이었던 게 가장 마음에 걸리죠. 아빠 없이 자랐다는 소리 들을까 봐 엄마가 엄하게 키우셨어요. 사랑 표현, 칭찬에도 인색하셨죠. 나이가 들고서야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됐는데 그때도 살가운 딸은 되지 못했어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그는 영화를 통해 엄마를 떠올리는 동시에 엄마 역할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1995년 배우 이재룡과 결혼한 유호정 역시 올해 열여덟 살 된 아들과 열다섯 살 된 딸을 둔 엄마다.
“어렸을 때 갈증 때문인지 남편에게는 못해도(웃음), 아이들에게는 최대한 표현을 많이 하죠. 상황은 다르지만, 자식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건 홍장미와도 닮았고요. 요즘엔 집밥을 자주 해주려고 해요. 어느 날 문득 김치를 먹다가 엄마 생각에 슬펐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자식에게 가장 오래 남는 건 엄마의 손맛이란 걸 알았죠. 또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내가 어떤 엄마로 비칠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도 하면서 다시금 저를 추스르고 있어요.”
유호정은 “작품을 결정할 때도 아이들을 자주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원래 따뜻한 시나리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다 보니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하다. 스크린 복귀에 유난히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괴, 성폭행 당한 딸 등 자극적 소재가 많았어요. 시나리오도 안넘어가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겁도 났고요. 그렇게 못한 작품이 생기면서 8년이 흐른 거죠. 물론 배우는 선택되는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그럴듯해요. 요즘 하고 싶은 작품이요? 중년 로맨스가 그리워요. 더 늙기 전에 해보고 싶죠. ‘파리로 가는 길’(2017)의 다이안 레인 역할 같은. 중년의 감성으로 그리는 사랑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