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외화에도 밀려…손익분기점 돌파도 힘들어
"한국영화는 겉만 화려…늘 같은 배우에 비슷한 소재 식상"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지난해 추석 극장가 악몽이 재현됐다. 겨울 성수기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 대작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쓴맛을 봤다.
◆ ‘마약왕’·‘스윙키즈’·‘PMC: 더 벙커’ 참패…손익분기점 돌파 힘들어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건 지난달 19일 개봉한 ‘마약왕’이다. ‘내부자들’(2016)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새해 첫날 1만9250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0위를 겨우 유지하더니 지난 3일부터는 차트아웃됐다. 누적관객수는 186만2196명. 400만명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에 한참 모자란다.
[사진=NEW·쇼박스·CJ ENM] |
‘마약왕’만큼은 아니지만, ‘스윙키즈’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강형철 감독과 도경수(엑소 디오)의 티켓 파워는 기대에 못미쳤다. 실관람객의 호평 속에 뒷심을 발휘하는 듯 했으나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면서 평일 관람객은 1만명 선으로 떨어졌다. 현재까지 영화를 본 관객은 145만380명으로 손익분기점 370만명을 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주일 늦게 베일을 벗은 ‘PMC: 더 벙커’도 지난주 대비 관객수가 반토막 났다. 개봉 당시 사흘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는 DC코믹스의 ‘아쿠아맨’이 등장하며 힘을 잃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주말부터는 개봉 11주차에 접어든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밀렸다. ‘PMC: 더 벙커’의 손익분기점은 370만명, 현재 누적관객수는 164만3710명에 불과하다.
◆ 실패 이유는 대체재 증가에 따른 관객 감소?…“영화 자체 문제”
이들 영화의 표면적 실패 이유로는 전체 관객수 감소를 들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전년도 2388만1676명에서 2194만6561명으로 감소했다. “해외여행 등 휴가를 즐기는 대체재가 많다 보니 극장으로 오는 이들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점유율을 본다면, 단순 관객 감소의 문제는 아니다.
그간 12월 영화시장에서는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예외였다. 지난달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46.1%에 그쳤다. 외화에 밀린 건 2011년(37.4%) 이후 7년 만이다. 직전 해인 2017년 12월 한국영화 점유율(78.2%)과 비교하면 무려 32.1%P(포인트)나 하락했다. 외면당한 건 극장이 아닌 한국영화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영화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마약왕’의 경우 베일을 벗은 후 매일같이 혹평에 시달렸다.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내가 ‘리얼’ 피하고 ‘염력’을 피했는데 이걸 못피했네”(klp7****)라는 웃지 못할 관람평은 SNS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사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네티즌 ‘닝***’는 “밑 재료가 너무 좋아 쪄내기만 하면 맛있는 떡이 될 줄 알았으나 재룟값도 못건졌다. 맛 떡은 재료가 아니라 노력과 수고가 동반됐을 때 나온다”고 꼬집었다.
극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은정(32) 씨는 “한국영화는 늘 같은 배우, 소재라서 식상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래도 두 편을 봤는데 재미가 없었다. 영화 자체가 별로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비슷하고 연출과 스토리는 부실했다. 안이 단단해야 하는데 겉만 번지르르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주위에도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