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영화 극한직업 투자수익 1500%
역대 흥행영화 톱10 중 절반 투자…영화계 '큰손' 부상
노하우로 직접 투자 확대…게임·음반으로 영역 넓혀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 은행원인데 업무서류보다 영화 시나리오를 보는 시간이 더 길다. 근무 중 영화 시사회를 가는 경우도 잦다. 주간 회의땐 시나리오 한 편을 뽑아 집중 분석에 들어간다. 흥행 포인트부터, 예상 관객수, 감독과 출연배우의 작품 리스트,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경쟁 영화까지 살펴본다.
이는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의 일상이다. 영화, 드라마, 공연 등에 투자하는 게 이들의 주업무다.문화콘텐츠 업계 '큰손'으로 부상한 기업은행이 연초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극한직업'이 올해 첫 1000만 관객 영화에 등극했다. 작품 발굴부터 투자 집행까지 나서는 직접 투자 방식으로 연타석 흥행에 성공한 기업은행은 요즘 영화판 '미다스의 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극한직업'에 간접투자 9000만원, 직접투자 7억원 등 총 7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영화 제작비 65억원 중 12% 가량에 해당한다.
이날 관객수 1300만명, 누적 매출액 1130억원을 넘어서며 기업은행은 사상 최대 투자 수익률을 바라보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관객수 200만명은 이미 넘어 이후 성적은 수익으로 직결된다. 현재 매출액만 따져도 기업은행이 거두는 수익은 128억원 규모다. 투자 대비 15배 수익이다. 극한직업 이전 기업은행이 직접투자한 작품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럭키'(수익률 192%)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기업은행의 1000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20억원을 투자한 '신과 함께' 1~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 이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 '베테랑', '국제시장'이 문화콘텐츠 분야 전문 투자운용사를 통해 투자한 간접 방식이었다면 신과 함께, 극한직업에는 직접 투자에도 나섰다. 투자할 영화를 직접 발굴한 것이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10편 중 절반이 기업은행의 투자를 받아 대박 작품 '족집게'로 평가받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성공률은 50%가 넘는다. 지난해 투자한 영화 17편 중 9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겨 투자 성공률 53%를 기록했다.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돋보이는 성적이다.
투자 성공의 비결은 다년간 쌓은 노하우다. 2012년 문화콘텐츠팀으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았다는 설명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액은 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연간 투자금액은 초반 2000억원대에서 현재 4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간접 투자방식으로만 참여하다 2014년부터 직접 투자를 시작하면서 지금은 직접 투자 비중이 더 커졌다.
우수한 라인업을 보유한 제작사·배급사에 연달아 투자한 것도 비결이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극한직업'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기업은행과 이미 여러 편을 작업했다. 2017년 개봉한 '남한산성'을 비롯해 지난해 '탐정:리턴즈', '공작' 등에서 손을 잡았다.
2018년 주요 투자 영화 [표=기업은행] |
노하우를 쌓으면서 문화콘텐츠금융부 직원들도 영화 전문가가 다 됐다. 초반에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분야별 자문을 해주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나 지금은 11명 전부 기업은행 공채 출신이다. 시나리오 분석, 흥행 전망, 배우 캐스팅, 마케팅 등에도 관여해 사실상 숨은 제작자 역할을 한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관계자는 "자기주도적인 업무가 많고 역동적이다 보니 젊은 행원들이 선호하는 부서가 됐다"며 "지금까지 투자한 작품들이 많은데 (투자) 결과에 어떤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모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수익만 좇는 것은 아니다. 문화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저예산 영화나 다양성 영화에도 투자한다. 저예산 영화인 '아이 캔 스피크', '올드 마린보이', '소공녀'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기업은행은 간접투자만 하고 있는 게임, 음반 등에 직접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다양한 문화 산업군 고객들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구상중이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