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올들어 뉴욕증시가 강한 상승 기류를 연출한 가운데 전환사채(CB) 시장이 훈풍을 내고 있다.
주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CB시장이 뜨거운 상승 열기를 보인 것. 지난해 4분기 폭락했던 뉴욕증시가 급반전을 이룬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CB 토탈리턴 인덱스가 연초 이후 12.1% 랠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21일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CB 시장은 1.5%에 달하는 총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총수익률 기준으로 S&P500 지수가 3.7%의 손실을 낸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아울러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미국 채권 지수 상승률인 3.0%와도 큰 거리를 두지 않고 있다.
CB는 특정 시점에 주가가 전환 가격을 충족시킬 경우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 시점까지 이자를 지급받은 뒤 전환 시점에 채권 보유 물량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채권 발행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는 전제 하에 지분을 저가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통상 지속적인 상승 모멘텀이 기대되는 종목의 CB에 집중적으로 베팅한다.
연초 이후 CB 가격이 강하게 오른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뉴욕증시의 추가 상승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산운용사는 CB 매입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어드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트레이시 메이틀랜드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리스크 헤지와 함께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CB를 매입하기에 적기”라고 강조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일반적으로 CB의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시장 전문가들이 이를 추천하는 배경이다.
다만, 쿠폰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CB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트위터가 11억5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한 2024년 만기 CB는 쿠폰금리가 0.25%에 불과하다. 이는 5년물 미 국채 수익률인 2.45%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아울러 매입한 CB의 주식 전환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CB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씁쓸한 표정이다.
투자자들이 매입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채권 만기일인 3월1일 20일 평균 주가가 359.87달러를 웃돌아야 하지만 전환 시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 주가는 300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
앞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상장 폐지 트윗이 투자자들에게 일격을 가한 셈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