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상 “전면 제재가 아니라 부분 해제만 요구했다”
트럼프의 “北이 전면 해제 요구” 뒤집어‥향후 협상 주도권 노려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제재 해제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등 향후 북미 간 협상 재개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새벽) 베트남 하노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 이유로 밝힌 북한의 전면 해제 요구를 정면으로 부인, 눈길을 끌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리 외무상은 "(우리의 제안은)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또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 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오후 김 위원장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제재 해제(완화)를 원했지만, 그렇게는 하지는 못한다"면서 "그들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 의지를 표명했지만, 그 전에 제재를 완전히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해체의 보상으로 전면 제재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에 응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상당수 언론도 ‘나쁜 협상을 받아 들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협상장을 걸어 나오는 것이 낫다’는 트럼프 주장에는 일단 수긍헸다.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리 외무상의 발언은 불과 몇시간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향후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불가피해졌다.
북한이 초강수를 둔 이유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한편 트럼프의 ‘거짓말’을 내세워 향후 협상에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는 별도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필리핀 방문을 위해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당장 북미 간 재협상 계획이 없다면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뒤엉킨 협상의 실타래를 다시 풀려면 한동안 냉각기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