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정부가 6월 방일 예정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국빈’ 대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에게 올해 일본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은 시 주석을 최고 대우인 국빈으로 맞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에 앞서 5월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이 잡히면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빈은 대통령이나 국왕 등 외국 정상을 초대하는 경우 가장 격이 높은 대우이다. 총리와의 회담은 물론 일왕과의 회견, 황궁에서의 환영 행사가 마련되며 각료회의 결정도 거쳐야 한다. 국빈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예산도 2000만엔(약 2억원)을 넘어선다.
그 다음 등급으로는 ‘공빈(公賓)’, ‘공식실무방문객’, ‘실무방문객’이 있다. 공빈은 국빈과 마찬가지로 총리와 회담, 일왕과 회견, 황궁 환영 행사 등이 마련되지만 각료회의 결정은 거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6~28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일본은 국빈으로 대접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물론, 5월 1일 즉위하는 새로운 일왕과의 만남, 황궁 만찬회 등을 준비 중이다.
미국의 대통령으로서는 2014년 방일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국빈도 공빈도 아닌 세 번째 등급인 공식실무방문객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에서 국빈은 일정이나 예산 등의 제약으로 연간 1~2명으로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대하는 것은 일정이나 예산상 어렵다는 지적이 일본 정부 내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무역전쟁, 화웨이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일본 정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을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하게 대우하면 미국이 언짢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일을 조율하면서 중국 측은 일본에 국빈 대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국빈 대우를 하지 않으면 시 주석의 방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시 주석의 국빈 대우를 놓고 일본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NHK 캡처]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