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두고 야권발 ‘이합집산’ 논의 활발
내분 격화 바른미래당·실익 따지는 평화당
한국당에선 범보수 아우르는 ‘빅텐트론’ 거론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야권발(發) 정계개편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당 정체성을 확고히하기 위한 이합집산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트리거를 당긴 건 바른미래당이다. 4·3 재보궐선거 참패 후 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 출신 지도부는 손학규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당무 보이콧을 굽히지 않고 있고, 손 대표는 ‘사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계 일부 의원들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박주선 의원은 ‘제3지대론’을 주창한지 오래다. 바른미래당 분당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yooksa@newspim.com |
평화당은 바른미래당 분열을 주시하면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중 누구와 손을 잡는 것이 이득일지를 두고 입장이 둘로 나뉘었다.
정동영 대표는 최근 재보선에서 6석을 확보한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입장인 반면,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경진·박지원·최경환 의원 등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반대파 일부 의원들은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바른미래당과 통합, 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하는 신당을 창당해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소속의 손금주·이용호 의원 등을 포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화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기대를 걸었던 정의당은 물밑 설득에 나선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바른미래당 보수 성향 의원과 대한애국당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이 경남 창원 성산 재보선에서 504표 차로 고배를 마시자 범보수 연대만 이뤄졌어도 승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반면 애국당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배신자들과는 같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복귀 반대기류도 적지 않다. 아직은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계 개편 시기와 관련, 올 가을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내분을 쉽게 매듭짓긴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박병석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바른정당 세력은 손 대표가 평화당과 손잡을까 우려해 흔들고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면서도 “손 대표가 사퇴해도 대안이 없다. 당 내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반대파 탈당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손 대표는 반대파에) ‘나갈 테면 나가라’는 입장인데 이들이 나간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이 ‘어서오라’고 반기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내년 총선과 관련, “민주당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한국당 분위기가 좋다고 할 수도 없다”며 “황교안 대표의 토대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극우 보수세력이다. 이렇게 가선 내년 총선에선 결국 2등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와 황 대표의 한국당을 모두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표가 어디로 갈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제3지대 중도 정당이 만들어지면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단 새로운 세력이라고 무조건 (잘) 되는 건 아니다. 세를 어떻게 구축하고 어떤 인물과 정책을 내세우는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비롯한 합리적 성향의 보수 인사들이 정치 중심부에 나서는 시기가 중요하다"며 "구심점이 생기면 현재 보수진영에서 나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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