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딸·며느리 겸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로 활동
[포천=뉴스핌] 양상현 기자 =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독거노인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딸처럼, 며느리처럼 살뜰히 돌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지역사회의 귀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천시 일동면 예비군 소대 [사진=일동면] |
미담의 주인공은 포천시 일동면 여성 예비군 김경자 소대장(57)과 대원들이다.
일동면에 따르면 일동면 여성 예비군 소대는 지난 2006년 9월에 창설됐다. 현재까지 포천시 유일의 여성 예비군 소대다. 24명의 대원은 주부와 직장인으로 투철한 안보의식과 아낌없는 사회봉사로 지역사회에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참전용사 '효 잔치'와 같은 굵직한 보훈 행사를 열고 군부대 위문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도 한다.
새벽부터 차를 끓여 훈련 온 예비군도 지원했다. 신병교육대가 이전하기 전에는 부대 생활이 낯선 병사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위로하고 적응을 돕는 일도 했다.
연세가 많으신 6·25 참전 유공자를 위해서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을 위해서는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만든 음식을 나누며 안부를 살핀다.
동네 마트에 유공자를 위한 모금함도 비치했다. 지난해에는 모인 성금으로 연탄 1000장을 구입해 생활이 어려운 6·25 참전 유공 독거노인에게 나눠 드렸다.
김경자 소대장과 여성 예비군 대원은 지역사회봉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역 독거노인의 머리를 손질해드리고 병원에도 모시고 간다. 은행 업무를 어려워하시는 노인을 위해서는 은행 업무를 대신해 드리고, 세탁기가 없는 분들을 위해서는 빨래도 해드리고 있다.
사람의 정이 그립고, 대화가 그리운 독거노인에게는 일동면 여성 예비군 대원들이 딸이고 며느리인 셈이다.
김경자 포천시 일동면 예비군 소대장 [사진=일동면] |
특히 김경자 소대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독거노인과 1:1결연을 하여 친정 부모님을 모시듯 살뜰히 챙기고 있다. 생활환경이 열악했지만 비용 때문에 이사가 어렵던 노인을 위해 자비로 보증금을 마련하고 이사를 도왔다. 독거노인의 입주를 꺼리던 집주인을 설득하는 일도 맡았다. 독거노인을 찾아뵙고 건강상태와 식사여부, 환경과 위생을 꼼꼼하게 살피는 일은 김 소대장에게 있어 당연한 일과가 됐다.
이런 생활을 해온 지 올해로 21년째, 포천 여성 예비군에 들어와 봉사활동을 한 것만도 13년째다.
지역이 넓어 독거노인을 일일이 찾아뵙고 안부확인을 꾸준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인 일을 보거나 사적인 모임을 갖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그는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김 소대장은 "봉사를 하면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소대장은 "매일같이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데는 모친의 영향이 컸다"며 "어린 시절, 가진 것이 별로 없었지만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려 했던 모친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운 일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돌보던 독거노인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시자 연락 한 번 없던 자녀가 아무 말도 없이 타 지역에서 장례를 치러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릴 수 없던 일도 있었다"고 했다.
또 "추운 겨울, 보일러 고장으로 떨고 계시는 노인을 위해 주위에 도움을 구했더니 난방과 상관없는 도배시공을 하고는 실적을 위해 사진촬영을 하는 일부 봉사기관에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대장은 끝으로 “어르신의 마음을 알아드리고 실제로 필요한 것을 도와드리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면서 “국가지원으로 시설 좋은 경로당이 많이 생겼지만 정말 어려운 분들은 그런 곳엔 가시지도 못한다, 독거노인들이 추위 걱정 없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사실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yangsangh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