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25일 박근혜 형 집행정지신청 불허 결정
박근혜, 사실상 특별사면 아니면 조기 석방 어려워
아직 진행 중인 재판 2개…형 더 늘어날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67) 전 대통령의 귀가가 실패로 돌아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징역형 집행을 중단하고 석방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아니고서야 박 전 대통령이 도중에 석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위원장 박찬호 2차장검사)는 25일 “이날 오후 3시 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신청을 불허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오후 5시 40분쯤 이를 결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17.05.23. yooksa@newspim.com |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을 때 △연령이 70세 이상일 때 △임신 6개월 이상일 때 △출산 후 60일 이전일 때 △직계존속이 70세 이상 또는 중병을 앓는 경우 보호자가 없을 때 △유년인 직계비속에게 보호자가 없을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이다.
올해 67세인 박 전 대통령에게 해당되는 조건은 사실상 첫 번째 조건뿐이다. 박 전 대통령 측도 형 집행정지 신청서를 낼 때 건강 부분을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신청서에 “지난 2년이 넘는 구금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척추질환으로 인한 통증으로 정상적인 숙면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려왔으나, 전직 대통령의 신분임을 감안해 초인적으로 이를 감내해왔다”고 건강상태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방문해 현장 조사했다. 여기에는 의사 출신 검사도 포함됐다. 모든 것을 종합해본 결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수감생활을 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검찰이 불허하면 끝…사실상 ‘특별사면’ 아니고서는 형 채워야
기결수의 경우 징역형 집행 정지 결정 권한은 검찰에 있다. 심의위가 먼저 의결한 뒤, 검사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사장이 심의위의 의결을 뒤집은 전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이 직접 구치소에 가는 임검(臨檢)을 하지도, 전문가 진술을 청취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결정을 내릴 명분이 없다는 검찰 내부의 설명이다.
검찰이 불허 결정을 내린 이상, 박 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으면 이를 번복할 방법은 없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5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로 징역 6년, 20대 총선 개입으로 징역 2년, 도합 징역 33년을 선고 받은 상태다. 이 중 국정농단 사건과 특활비 수수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앞으로 상당기간 수감생활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형을 다 채우기 전에 석방되는 방법은 대통령의 특별사면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등장한 정권인 만큼, 특별사면을 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역시 올 초 특별사면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현행법상 특별사면이 ‘형이 확정된 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을 들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탄핵 인용을 외치고 있다. 2017.03.10. leehs@newspim.com |
◆ 아직 재판은 진행중…형 더 늘어날 수도
설상가상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형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후 이듬해 두 건이 더 추가기소됐고, 이 중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상태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함께 심리 중이다. 특활비 수수 사건은 내달 30일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다. 이 두 사건은 같은 사안을 두고 관련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려서 형량이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마지막 남은 사실심인 특활비 수수사건은 특활비가 뇌물인지 여부와 뇌물 인정액수 등에 따라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직접 요구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대가관계가 없다며 뇌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일부는 자발적 공여로 판단해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문고리 3인방’의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1월 처음으로 2016년 9월경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추석 격려금’ 명목으로 청와대에 전달한 특활비 2억원에 대해서는 뇌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도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리면 종전 징역 6년에서 가중처벌될 수 있다.
또한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법조도 달라진다. 만일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이 가중된다. 관련 재판의 1심 재판부는 모두 특경가법을 적용했으나, 국정원장 3인방의 2심 재판부는 일반 횡령죄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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