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최근 폭염처럼 식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전으로 국면전환하면서 외환전문가들조차 환율 전망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금통위를 앞두고도 금리인하를 필요로 하는 시장은 금리인하 생각이 없는 이주열 총재를 거대한 벽처럼 느끼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오매불망 미중무역협상 타결로 지금의 '달러강세-원화약세' 구도가 진정되길 바라지만, 중국의 보복관세가 예고되면서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절대 그럴 일 없다던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합의없이 영국 EU탈퇴)'마저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 이에 달러/원 환율이 예측불가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 주 달러/원 환율은 1193.50원으로 출발해 수요일 한때 1196.50원까지 오르며 1200원을 목전에 뒀었다. 이후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얘기가 나오며 상승세가 한풀 꺽이긴 했지만 여전히 '1달러=1200원'은 사정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원화약세를 진정시켜줄 '미중 무역합의' 소식은 '함흥차사'가 된 지 오래다. 오히려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과의 무역갈등과 관련해 향후 30~45일간 어떤 결정도 없을 것이라 했다. 또 중국과의 무역협상 재개를 위한 회담 역시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내달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5~10%에서 5~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관련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면서 "아직 미중 관계 낙관론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다. 단기적으로 미중 관계 이목이 쏠려있는 만큼 달러/원 환율의 빠른 추세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대미 보복관세 실제 시행여부 등 무역분쟁 이벤트가 관건"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시행기간을 연기하면 미중간 화해 모드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예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 화웨이 제재 발표 후 구글·인텔의 거래중단 등 글로벌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미국이 기술 냉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시 세계성장률에 0.3%p 하방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노딜 브렉시트' 이슈도 다시 부활했다. 필연적으로 '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원화약세'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주혜원 연구원은 "영국 메이 총리 사임 암박 등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이 재차 부결되고 있어 향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글로벌투자회사 'JP모간'은 노딜 브렉시트 확률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했다. 영국 정치권은 메이 총리에게 사퇴 날짜를 발표할 것을 촉구했고, 이에 유럽의회는 보수당 지지 약화를 전망했다.
◆ "5월 금통위, 금리인하 소수의견 기대" vs "금리인하 논의 없을 것"
오는 31일(금) 예정된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올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KDI는 지난 22일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2.6%에서 2.4%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1일 '경제 전망(OEC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내놨던 2.6%보다 0.2%p 낮은 2.4%로 정정했다. 반면 미국(2.6%→2.8%)과 유로존(1.0%→1.2%) 성장률은 상향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은 연일 삐걱거린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국내 5월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전년대비 11.7% 감소해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 의견이 나올지 여부"라고 말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5월 금통위에선 소수의견을 기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시장은 이미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고채 1년물(1.687%)과 3년물(1.643%)은 역전된 상태며, 5년물 이하 국고채 모두 기준금리 아래로 금리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 수익률이 기준금리와 역전돼 1회 이상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5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하 소수의견 기대에도 불구, 1분기 GDP 부진이 일시적이라는 평가와 달러/원 환율 급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 논의가 부재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수가 전망한 '금리인하 소수의견 가능성'에 소수의견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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