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점을 뛰어 넘어 3점 접바둑도 위협하는 수준
[서울=뉴스핌] 김경동 기자 = 중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상을 보이는 가운데 AI의 바둑분야에 대한 응용에서도 세계 선두대열에 들어섰다. 중국은 '차세대 인공지능(AI) 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인공지능 분야를 1조 위안 이상의 시장으로 육성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또 인공지능을 비롯한 인터넷 신기술을 의료, 양로, 교육, 문화, 오락, 체육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는 '인터넷+'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중국은 인공지능 관련 논문 발표 수에 있어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AI를 접목한 바둑 응용 프로그램 분야에서는 한국, 일본을 제치고 정상 고지에 올랐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1-4로 패했다.[사진=한국기원 제공] |
2016년 3월 9일은 세계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이날은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1-4로 완패를 당했다. 그 뒤 2017년 5월, 당시 세계바둑 최강자로 불렸던 중국의 커제 9단도 알파고에 0-3 완패를 당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세계바둑계는 AI 바둑프로그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11월, 중국 텐센트(騰訊) AI Lab에서 자체 개발한 ‘줴이(絶藝)’가 등장하면서 AI는 더욱 가깝게 인간에게 다가왔다. 중국 AI기사 줴이는 세계정상급 기사들과 2점 접바둑을 두어 60연승을 거뒀다. '커제의 눈물'을 경험한 중국바둑계는 발 빠르게 2018년 4월 23일 텐센트와 공식적으로 중국 국가대표팀의 훈련 전용 AI로 줴이를 사용하기로 했고, 외부에는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강자 커제 9단(19)이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에서 0-3으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바이두] |
줴이를 활용해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국가대표 위빈(俞斌) 총감독은 “인공지능의 실력은 인간보다 강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특히 국면에 대한 장악력과 형세판단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대표 선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고성능 컴퓨터를 마련하여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훈련한다.
전세계 어디서 누구든지 인공지능을 통해서 바둑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바둑이 보급되지 않은 곳에서도 세계정상급 기사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중국 바둑이 오랫동안 선두권을 유지한 것은 최정상급 훈련 자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나옴으로써 이런 우세는 점차 약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AI 강자가 나타났다. 칭화대에서 개발한 AI 바둑프로그램 ‘골락시(星阵,Golax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골락시는 비공식 대국에서 세계대회 우승자 출신인 저우루이양 9단, 판팅위 9단 등의 강자들과 정선으로 대국을 벌여 28승 2패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27일, 커제 9단은 다시 AI 골락시와 대국을 벌였으나 알파고에 대한 패배에 이어 또다시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커제 9단은 대국 후 “자신이 둔 바둑이 잘 둔 바둑인지 못 둔 바둑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무력감을 토로했고, “인공지능의 수읽기와 형세판단 능력이 나보다 한 수 위였다”고 대국 소감을 밝혔다. 골락시는 커제와의 대국 이후에도 스웨 9단, 장웨이제 9단, 최철한 9단, 저우쥔쉰 9단 등 세계대회 우승자 출신의 정상급 기사들과 대국을 벌여 40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며 정품 인증을 받았다.
이미 공개된 AI 바둑프로그램은 중국의 줴이, 골락시와 페이스북이 내놓은 엘프오픈고(Elf OpenGo), 벨기에의 릴라제로 등을 비롯하여 국내에는 ‘2019세계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둑이’와 한게임의 '한돌'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였던 알파고보다 강한 프로그램이다. 굳이 서열을 말하자면 이미 활동을 중단한 알파고 시리즈를 제외하고 줴이, 골락시, 릴라제로, 바둑이, 엘프오픈고 순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국가대표 선수 대부분은 줴이를 통해 훈련하고 있으며, 특히 장웨이제 9단, 천야오예 9단 등 몇몇은 거의 매일 줴이와 수차례의 인터넷 대국을 둔다. AI의 등장으로 프로기사들은 지금까지 공식처럼 알고 있던 기존의 정석, 포석, 끝내기 등의 기본 틀을 완전히 깨뜨리며 AI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AI는 딥러닝기술과 자가학습 등을 통해 발전하면서 커제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등 국내외 세계정상급 기사들이 두 점을 깔고 패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심지어 석 점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2019년 4월 세계최강으로 알려진 텐센트의 줴이가 불참한 가운데 벌어진 ‘2019세계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중국의 골락시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칭화대에서 만든 골락시는 그 대회 이벤트 대국에서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과 왕천싱 5단, 리허 5단, 한국의 조승아 2단 등과 2점 접바둑을 두어 모두 승리하면서 새로운 AI 최강자로 등극했다.
골락시 공동개발에 참여한 선커과기(深客科技)의 진싱(金涬) CEO는 골락시의 연구개발 이념과 과정을 소개하면서 이전의 알파고와 다르다고 소개했다. 그는 ”골락시는 알파고Zero 논문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골락시는 알파고의 기본 구조를 참고로 하여 특징체계, 모델링 구조, MCTS(Monte Carlo Tree Search) 알고리즘 아키텍처 등 여러 측면에서 혁신적 변화를 갖추고 있어 알파고 아키텍처의 기술이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싱은 또 “골락시는 우세한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바둑을 두며, 임의의 덤을 설정한 대국에서도 대국이 가능하며, 9줄, 13줄, 19줄 심지어 18줄, 20줄 등 어떤 바둑판이든 대국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은 모두 알파고의 구조를 뛰어 넘은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알고리즘의 더욱 좋은 영역에서 활용되어 더욱 실용성을 갖추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hanguogeg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