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쟁률 3.9 대 1 경기도 경쟁률 5.6 대 1
다른 시·도도 비슷...업계 “폐원 못 하니 팔기라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교육 당국의 ‘매입형 유치원’ 공모에 사립유치원이 대거 몰렸다. 각 시‧도교육청으로도 매입형 유치원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유치원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얘기가 나온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 인근에서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매입형 유치원 10개 모집에 39개의 사립유치원이 신청했다. 대상이 되는 관내 사립유치원 278개원 중 약 14%가 접수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공립유치원이 없는 자치구, 취학 수요 대비 공립 유아 수용률이 부족한 지역, 서민 거주 밀집 지역 등에서 우선적으로 매입 대상을 선정하고 추후 예산 여건 등을 고려해 7월 초 최종 선발한다.
선정 이후 진행되는 사립유치원 감정평가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2개 업체를 추천 받아 의뢰한다. 매입금액은 감정평가 금액의 산술평균 값 이하로 정할 예정이다. 감정평가 수수료는 서울시교육청과 사립유치원이 각각 1개 업체를 부담한다.
이에 대해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내놓은 사람 중 90%는 교육 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서다”라며 “공모 기준이 안 돼 신청 못 한 유치원도 대다수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감정평가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계약이 불발되면 사립유치원만 피해를 본다”며 “또 유치원 투자금 대비 감정평가가 제대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쟁률이 높은 건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15곳의 매입형 유치원을 짓기로 한 경기도교육청 공모엔 85곳이 지원했다.
이번 경기도교육청 매입형 유치원 공모를 포기했다는 윤모 사립유치원장은 “지난해 매입형 유치원 공모 조건과 올해 공모 조건(10학급 이상 등)이 바뀌어 접수조차 못했다”며 “우리 지역 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엔 10학급 이상인 대형 사립유치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서민들이 무상으로 질 좋은 유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하는 것인데 오히려 열악한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소외받고 있다”며 “10학급 이상 사립유치원이 몰려 있는 용인시, 화성시, 동탄시 신도시 엄마들은 내 돈을 더 내고서라도 교육시키고 싶어할텐데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유치원 원장은 “대부분은 용도 변경이 어려워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야 말로 ‘울며 겨자 먹기’로 신청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높은 경쟁률이 나오리라 예상했었고 앞으로도 매입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입형 유치원은 교육 당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달성하고 교육 여건이 취약한 지역의 유아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