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금융 '신남방'…주요은행 일제히 동남아 주목
출혈경쟁 통한 현지 금융사 몸값 천정부지 뛰기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본격화되며 시중은행들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성장잠재력' 높은 신흥시장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다만 성장 가능성만큼이나 높은 '정치·경제 리스크'와 국내 은행 간의 '출혈경쟁' 등 우려도 만만찮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제2차 금융권 간담회에서 주형철 위원장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21 mironj19@newspim.com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 은행장들은 최근 몇 년 새 동남아 주요 국가를 직접 방문해 현지 영업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사업제휴와 투자 기회를 만들기 위해 현지 금융사 관계자들은 물론 금융당국과의 접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중은행들은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M&A)의 발판을 마련하고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전략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이 해외점포 189곳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1조1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2% 늘었다. 이중 동남아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전체의 절반인 약 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국내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동남아 시장에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전체 해외영업점 가운데 약 70%가 동남아에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189곳 중에서 131곳이 동남아에 있다.
국내 은행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보니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 사이에 이른바 '출혈경쟁'도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실제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 두 곳은 인도네시아의 한 은행 인수를 두고 경쟁하다 결국 시장가를 훌쩍 넘게 인수한 사례도 있다. 두 은행 모두 해당 현지 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이 높았는데 인수경쟁 과정에서 인수가가 급격하게 높아졌고 결국 시장 가격보다 약 50%가 높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된 것. 현지 언론조차 당시 해당거래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다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동남아 국가인 캄보디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은행 프라삭(Prasac) 인수를 추진했던 국내 대형 시중은행은 당초 예상된 인수가의 3~4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한 탓에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 경쟁중이던 국내 또 다른 시중은행 역시 해당 은행 인수를 검토했지만 경쟁과정에서 몸값이 3~4배 부풀려지면서 결국 인수의지를 접었다.
이와관련,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현지 금융사를 인수할 때 적정비용보다 많은 비용을 치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대거 진출하다보니 현지 금융사 가격이 많게는 2~4배 이상 부풀려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조금 높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좋은 매물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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