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 IT서비스 업체 B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프로젝트 납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 4개월 동안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을 위해 집중근무를 해야 한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는 사전 예측할 수 없는 데이터 오류, 고객사의 새로운 요구 등이 집중돼 선택적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집중근로가 가능한 기간이 짧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국내 주요 12개 업종을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일 발표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300인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한경연은 "탄력적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 연장(1년), 선택적근로시간제도 정산기간 연장(6개월 이상), 인가연장근로 대상 확대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속앓이 하는 기업들..."현장 목소리 반영돼야"

한경연은 근로시간 단축 이후 산업계 전반에 탄력적근로시간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최대 단위기간이 짧아 기업들이 활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전자·패션 등 신제품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의 경우, 신제품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최종 양산까지 최소 6개월의 집중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된 데다 짧은 단위기간으로 탄력근로시간제 활용마저 어려워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건설 업계는 집중호우(3개월∼5개월) 등으로 특정기간 집중근무가 불가피한 동남아 건설 현장에서 탄력근로제의 짧은 단위기간이 공사기간 준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6개월 이상 공사가 집중되는 건설 기자재 생산 업체, 6개월 이상의 집중 근로가 필요한 바이오제약 업계, 연말 연시 행사가 집중되는 호텔 업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엇보다 당장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설치·보수 업무가 몰리는 가전업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에어컨 고장 신고 후 수리완료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다. 

한경연은 산업계의 탄력근로 활용 애로를 해소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입절차도 현행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에서 직무별, 부서별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는 산업의 특성을 고려, 선택적근로시간제도의 정산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할 것과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한도를 사실상 준수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는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기업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단축 관련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이고 규제 위주의 근로시간 정책에서 벗어나 개인 창의성을 존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