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한국 반도체 업계를 향해 날을 세우는 일본의 ‘겁박’에 전세계 IT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일본의 한국행 반도체 소재 수출이 막힐 경우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첨단 IT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 교란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삼성전자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구조적이고 정교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서 불거진 리스크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보다 커다란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일본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중단 움직임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메모리 칩을 필두로 각종 IT 부품과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제조업계와 시장으로 도미노 파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실제 충격의 규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화웨이 보이콧으로 인해 주요국 이동통신 및 IT 업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 데서 보듯 전세계 반도체 주요 공급원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일본의 움직임이 글로벌 첨단 IT 업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칩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과 마찰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칩 재고 물량이 불과 1개월치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제품을 대체할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산 축소가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행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절박한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언급한 반도체 소재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첨단 IT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핵심에 해당한다.
불화 폴리이미드는 접는 스마트폰인 이른바 폴드폰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이고, 불화 수소 역시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불화 폴리이미드의 90%를 일본에 의존하는 실정이고, 불화 수소 역시 44%를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이번 사태가 전례 없는 악재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정치적 사안과 맞물린 만큼 단시일 안에 진화될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 칩의 대체 방안을 세우려면 특정 사이즈와 기술을 겸비한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하지만 이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