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조사가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부 폭로자를 인용해 최초로 보도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외국 지도자에게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고 판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24일 트럼프 탄핵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날 전화 통화 녹취록 요약본이 나온데 이어 26일에는 내부 고발장이 공개됐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A4 용지 9장 분량의 내부 고발 문건을 공개했다.
고발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우크라가 개입할 것을 간청했고 이에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부 고발자는 "나는 아래 밝히는 행동들이 심각한 문제와 법 혹은 행정명령 남용 또는 위반 요건을 구성하고 있다는 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날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한 조지프 매과이어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은 내부 고발 사례가 전례가 없던 일이지만 내부 고발자가 절차상 "올바르게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익명의 고발자에 대한 보복 행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 거의 없다
민주당 주도 탄핵 조사가 한창 활기를 띄고 있고 고발장 문건도 공개되면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탄핵 절차는 이렇다. 하원이 탄핵조사를 개시하고 탄핵소추안(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 이상 찬성을 얻으면 상원 탄핵심판 표결에 부쳐진다.
미국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사본을 들고 있다. 2019.09.25.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선 탄핵소추안은 하원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범죄와 비행' 의혹에 대한 탄핵조사 찬반 여부 조사 결과 하원에서 민주당 소속 217명과 무소속 1명 등 218명의 의원이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하원 의석 435석에서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탄핵 조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의원들 중 25명이 이미 탄핵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화당 의석이 과반인 상원이다. 상원에서는 연방대법원 수석재판관 주재 하에 상원의원은 배심원 역할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 대통령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상원의원의 3분의 2 이상 유죄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이 성립되는데 현재 상원 전체 의석(100석) 중 공화당이 과반(53석)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의 '반란표' 20표 이상이 있어야 탄핵이 된다는 뜻이다.
역사상으로 봐도 탄핵소추안이 제출돼 탄핵이 성립된 바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 트럼프 탄핵 정국이 북미 협상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는 북미 간 실무협상 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나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문제를 둘러싼 국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 북한과 해결을 모색하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미 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5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언급했고 한국도 2~3주 내에 북미 대화가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용현 단국대 교수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도전에서 벗어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 행사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WP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이 북미 협상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나왔을 때가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가 하원 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시기였다면서 같은 시나리오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탄핵 위험이 트럼프에게 진짜 위협이 된다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다시 걸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