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이 2주 전 이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가운데,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9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60분’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하고 엄중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전 세계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으로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유 공급이 와해되고 유가는 전에 보지 못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미국 CBS방송 ‘60분’의 앵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약 30%를 맡고 있으며 글로벌 GDP의 약 4%를 창출한다”며 “이 모든 것이 중단된다고 상상해보라. 사우디나 중동국들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핵심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사우디 석유 생산 능력의 약 절반이 중단됐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이튿날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1달러95센트로 19.5% 뛰며 사상최대 일일 오름폭을 기록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공격의 배후라고 자처했으나 미국과 영국,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그러한 공격을 감행할 능력이 없다며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란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최근 걸프 해역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외국 유조선에 대한 사보타쥬 공격의 주체도 이란으로 지목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1위 및 3위 산유국인 사우디와 이란이 전쟁에 돌입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50달러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람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사우디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분쟁을 피하기를 희망하지만 사우디나 미국이 공격할 경우 전면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안보 및 외교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의 국방 능력은 전통적 전쟁에 더욱 적합한 반면, 이란은 무인기와 사이버 공격 등 첨단 기술을 적극 응용하고 있고 대리전을 치러줄 중동 세력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사우디가 이란과의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전쟁에 대한 거부감을 이미 강하게 드러냈고 2020년 대선을 앞둔 터라 미국의 지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란을 둘러싼 갈등은 외교적 출구가 보이지 않고 무력 충돌이 잦아지고 있어, 자칫 오판이나 소통 오류로 인해 중동 전체가 전면전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5일 유엔 총회에서 “중동 지역은 일촉즉발의 상태다. 조그만 불씨가 대형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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