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소식통 "당국, 재정난으로 방역·통제 능력 상실"
"심각성도 몰라…일부 주민, 돼지고기 팔아 돈벌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돼지열병이 적극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폐기 처분하지 않고 몰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지난 5월 중순 돼지열병 감염 확인 사실을 유엔 기관에 보고한 후에도 허술한 통제와 방역조치로 돼지열병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바이두] |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각지에서 아시아프레스 취재 협력자들이 북한의 돼지열병 확산 실태를 조사했다"며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재정난 때문에 방역·통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어 "돼지고기의 판매와 식용을 금하는 당국의 통지가 내려져 방역 당국과 보안서가 시장에서의 판매를 단속하려 하지만, 주민들은 뇌물을 주고서라도 보안원의 단속을 피해 돼지고기를 몰래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시마루 대표는 아울러 "북한 당국의 진짜 잘못된 부분은 돼지열병의 심각성에 대해서 교육·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돼지열병 치사율이 거의 100%인 만큼 철저히 통제하지 않으면 북한 전역에서 돼지가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심각성을 알려야하는데 그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심지어 함흥지역에서는 냉동고(냉동창고)를 가진 돈주들이 이번 사태를 돈벌이 기회로 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냉동시설을 갖고 있는 돈주들이 돼지고기를 사서 보관했다가 비쌀 때 팔려고 하거나, 아니면 돼지가 많이 죽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돼지를 금값으로 팔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함경북도 길주군 청암리의 한 농장에서 20마리의 돼지를 사육했는데 최근 한 달 동안 12마리가 잇달아 죽자 나머지 8마리를 서둘러 도살해 고기를 판매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