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상하이푸동발전은행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의 자금이 몰려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블록버스터' 기록은 중국 CB 시장의 뜨거운 흥행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무역 마찰로 인한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성장 하강 기류가 두드러지면서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푸동발전은행이 71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실시한 CB 발행에 무려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입찰 물량이 쏟아졌다.
이는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ICBC)의 시가총액보다 네 배 가량 높은 금액이며,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GDP와 맞먹는 규모다.
이번에 발행하는 CB의 신용등급이 AAA로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데다 6년 뒤 만기 시점에 4%까니 상승하는 쿠폰 수익률에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다.
경기 한파에 따른 중국 주식시장의 투자 리스크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및 고수익률 선호가 기록적인 CB 입찰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은행 섹터의 저평가 진단이 매입 열기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중국 은행 섹터는 과거 12개월 실적을 기준으로 6배에 거래, 밸류에이션이 상하이종합지수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상대적 저평가에 따라 은행주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주가 향방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CB 투자의 호재에 해당한다.
3분기 기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6%로 하강, 1992년 1분기 이후 최저치로 가라앉은 상황도 리스크가 낮으면서 안정적인 쿠폰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CB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로 지목됐다.
여기에 중국 금융 당국의 투자 규제 완화도 이번 상하이푸동발전은행의 CB 발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로드쇼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산더 야오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은행의 CB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면 유동성이 가장 높은 채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CB를 매입하는 투자자뿐 아니라 채권시장 전반에 훈풍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중국 CB 시장은 활황을 연출하고 있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기업의 CB 발행은 393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기록에 비해 80% 이상 급증했다.
미국과 관세 전면전 속에서도 상하이 종합지수가 올들어 18% 랠리했지만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에 무게를 두면서 나타난 결과다.
한편 CB는 발행 당시 미리 제시된 만기 시점에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쿠폰 금리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은 뒤 만기 시점의 주가와 전환 가격의 차이만큼 자본 차익을 얻을 기회가 제공된다.
다만, 주식 전환 기회가 제공되는 만큼 쿠폰 수익률이 해당 기업의 일반 회사채에 비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또 만기 시점의 주가가 전환 가격에 못 미칠 경우 CB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 달성이 불발될 수 있고, 실제로 테슬라 자동차 CB의 주식 전환이 좌절된 바 있다.
higrace@newspim.com